중국발 경기둔화 후폭풍, 신흥국을 덮쳤다…韓 '시계 제로'

중국→신흥국 위기 전파 우려위안화 하락으로 신흥국 자본유출 급증中 내수시장도 현지업체와 경쟁 과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블룸버그]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중국 경기 침체가 경보 단계를 지나 현실로 넘어왔다.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섰고 글로벌 자본 이탈이 폭증하고 있다. 신흥국으로 불안이 확산되며 세계 경제마저 성장 둔화라는 빙하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세계 경제에 민감한 우리 경제도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지경에 이르렀다.◆中에서 신흥국으로 위기 전파=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로 지난 1990년 이후 25년만에 7%대 아래로 낮아졌다. 한때 20%에 가까운 고공성장을 해오던 중국 경제가 착륙할 것이라는 예상은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수치로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중국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개인소비가 지속적으로 늘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돼 재정·통화정책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그러나 중국발(發) 리스크는 그 자체 보다 신흥국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대표적인 예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연초 중국 증시 급락으로 금융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대중국 수출이 전체의 36.5%에 달하며, 원자재 수출의존도가 57%로 높아 중국과 저유가 리스크에 모두 노출 됐다는 점이 특징이다.결국 안전자산 선호로 외국인의 증권투자 자금이 빠르게 이탈했다. 지난해 상반기 주식시장 외국인 유입액의 80%가 작년 4분기에 빠져나갔다. 결국 주요 신용평가기관들도 남아공에 대해 신용등급을 낮추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문제는 남아공과 비슷한 상황의 신흥국으로 위기가 전염되면서 위험회피성향이 크게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전체 수출의 2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 역시 신흥국 위기에 따라 혹한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이미 위안화 하락으로 인한 신흥국에서의 해외 자본유출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에서만 12월에 1590억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작년 4분기 신흥국 자본유출은 2700억달러(한화 325조원)에 달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상회한다고 분석했다.이러한 신흥국 자본유출이 올해 예정된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릴 위험성도 커지고 있어 세계 경제는 시계가 불투명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 이상 5% 미만으로 하락하게 되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자재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높거나 재정 구조가 취약한 신흥국들이 자본유출과 환율 폭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중국 내수시장도 난공불락=중국 경기 침체에 맞춰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대책이 뾰족하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중국이 수출 주도의 자본집약형 성장 모델에서 소비 주도형으로 전환되는 흐름에 맞춰, 소재부품 대신 소비재 수출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와 시장조사기관 칸타르월드패널이 공동 발표한 '2015년 중국 구매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일용소비재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26개 일용 소비재 품목 중 기저귀, 우유, 치약, 유아용 분유 등 18개 품목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늘어난 반면 외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성장한 품목은 휴지, 맥주, 껌, 탄산음료 등 8개 품목에 불과했다.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제품 품질의 차이가 줄고, 외국 브랜드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 브랜드는 대도시처럼 발전한 지역에 유통망을 보유한 외국 브랜드와 달리 소도시와 외곽지역, 농촌 등에까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어 점유율 확대에 유리하다.전문가들은 수출 기업들이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치약, 우유 등 건강과 직결된 제품에 고품질을 원하는 중국 소비자들에 맞춰 프리미엄 전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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