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병영일지 '군영등록'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올해 사업 발표…한글자료 특별전·11년째 맞는 향토문화전자대전 등

'군영등록' 중 '훈국등록' 1654년 5월 13일 부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신들이 빈청에 와서 모여 박연을 데려다가 물으니, 이 사람을 한 곳에 같이 두어서는 안 되어 각각 보증인을 세워서 여염집 가까운 곳에 흩어져 살게 하고 가끔 왕래하며 서로 만났다고 하였습니다. 예전에 결정한 대로 훈련도감에 소속시키고, 박연으로 하여금 장수를 정해 통솔하여 기예를 가르치고 익히도록 하되, 과포는 훈련도감에서 포수의 예에 따라 지급토록 하서."(훈국등록 1954년 5월 13일)1653년(효종 4년) 8월 제주도로 표류해 온 네덜란드 상인 하멜과 그의 일행 36명은 압송당해 서울 길에 올랐다. 이때 통역을 담당한 이가 인조 때 귀화한 네덜란드인 박연(朴淵)이다. 박연은 선원으로 동양에 왔다가 1628년(인조 6년)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 관청에 붙잡혔고, 이후 훈련도감에서 총포 제작·조종에 종사한 인물이다. '훈국등록(訓局謄錄)'에는 그런 박연이 하멜 일행의 통역을 맡았고, 이들을 정착시키는 데 역할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네덜란드인이 조선에 정착했던 배경과 훈련도감과의 관계가 엿보인다.

'본영도형'. 1801년(순조 1년) 제작된 것으로, 정조의 호위 군대인 장용영 본영 내부 평면도.

◆한중연, '군영등록' 세계기록유산 등재 본격 추진= 조선시대 훈련도감, 어영청 등 여러 군영에서 작성한 군대의 일일 업무일지. '군영등록(軍營謄錄)'은 '훈국등록'을 포함해 1593년부터 1882년까지 약 300년 동안의 병영생활사를 꼼꼼히 담은 기록물이다. 총 689책 규모로 장서각(569책)과 규장각(120책)에 소장돼 있다. 한중연은 올부터 '군영등록'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토록 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배용 한중연 원장은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히며, "30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랜 시간 병영과 관련한 기록을 한 나라가 없다"며 "단지 사건만 다룬 것이 아니라, 군대의 제도와 군인들이 충성심과 애환, 임금에게 처우개선을 호소하는 내용 등 다양하게 쓰여 있다. 글뿐만 아니라 군영의 모습이 담긴 그림도 섬세하게 담아 흥미롭다"고 했다. 군영등록 안에 담긴 '본영도형'에는 무기를 제작하는 군기소, 군병 교육을 담당한 지구관청, 창고, 화장실, 그리고 연못에서 흘러나와 화장실로 연결되는 수도까지 상세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본영도형은 정조 호위 군대 '장용영' 본영 내부 평면도다.이 원장은 "지난해 세계기록유산 신청 대상 선정과정에서 '군영등록'은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의 후순위로 매겨져 올해 3월 신청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군영등록은 300년 업무를 붓으로 한줄한줄 적은 원본 기록으로, 세계 유일의 업무일지 형식의 병영기록이다. 당시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파악할 수 있고 17세기 동서 교류 실상을 보여준다. 올해 다시 기록유산 신청 대상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한중연은 현재 군영등록에 대한 한글 번역과 스토리텔링 작업도 진행 중이다.

순명황후 언간

◆한글자료 특별전·11년째 맞는 향토문화전자대전 = 이외에도 한중연은 올해 훈민정음 반포 570돌을 기념해 장서각 소장 한글자료 특별전을 오는 6월 말부터 12월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장서각 국가왕실 9만책 중 한글자료는 약 750여종, 3200여책(한글소설 99종 2215책, 한글필사자료 650여종 700여책)이 있다. 이 중엔 조선시대 여성이나 낮은 신분의 백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한글 자료도 모일 예정이어서 흥미롭다. 그 중 고소장과 같은 소지(所志)가 있는데 한중연 소장 '해남 윤씨 한글 소지'는 남편이 오해받아 죽게 돼 복수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순종의 비인 순명황후가 임금과 세자의 스승인 김상덕에게 안부를 묻는 한글 편지는 예쁜 꽃그림이 그려진 시전지(詩箋紙)에 유려한 필체가 돋보인다. 올해로 11년째 맞는 '향토문화전자대전' 사업도 박차를 가한다. 지역 향토문화 콘텐츠를 담아 스마트폰 등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게 한 이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가 5:5로 매칭 펀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총 70여개 지자체가 참여했으며, 올해 울산광역시 5개 구군, 청송군, 무주군 등이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 해당 지역의 향토 인물, 역사, 지리, 산업, 문화 등이 총 망라되는 콘텐츠 기록·정리에는 그 지역 향토사학자, 교수 등이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국비로 중국 동북3성 관련 향토문화 콘텐츠 정리 사업이 완료됐다. 중국에 속해 있지만 우리네 향토 문화가 잘 보존돼 있어 연변대, 길림대 교수진과 사업을 추진했다. 이 원장은 "예산이 허락된다면 전국 220개 지자체가 모두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해 10군데씩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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