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17년만의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던 9ㆍ15 노사정 대타협이 결국 4개월 만에 휴지조각이 될 태세다. 정작 여론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지난해 대타협 발표부터 '예고된 파국'이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당시 노사정이 발표한 합의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문구로 요약된다. 비정규직, 파견업무, 양대지침(일반해고요건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완화) 등 지금껏 대타협을 어렵게 한 이슈들이 모두 포함됐지만, 실상은 '나중에 협의하겠다는 합의'였던 셈이다.더욱 안타까운 건 그 이후의 행보다. 노사정은 '협의하겠다'는 합의조차도 충실하지 못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 즉시 비정규직법을 포함한 5대입법을 19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식화했고,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속도전식으로 밀어붙였다. 노동계는 예민한 안건에 대해 추가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양대지침 초안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의 반발을 일으킨 '결정타'가 됐다.노사정은 이제 파국 수순에서조차 '책임론 피하기'에 급급해 보인다. 한국노총은 11일 오후 "대타협 합의가 파탄났다"고 공식 선언했지만 파기 결정은 오는 19일로 미뤘다.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는 분석이 잇따르는 까닭이다. 정부 역시 즉각 입장발표를 통해 "파탄 선언은 그 책임을 정부에 돌리려는 것"이라고 노동계를 공격했다. 5대입법과 양대지침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도 변함없다. 당장 올해부터 정년 60세가 적용되는 만큼 노동개혁이 시급하다는 사실에는 대다수가 공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협의와 서로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이미 대타협은 이뤄졌으니, 추진할 것"이라는 막무가내식 리더십은 오히려 사회적 신뢰 기반을 깨뜨릴 수 있다. 해외 각국을 돌며 자랑해온 대타협의 성과가 4개월만의 휴지조각으로 끝나기 전, 서로의 이해관계를 풀어낼 진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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