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응 금융부 차장
덕담을 나누며 '희망찬 새해'를 얘기하기가 무색해져버렸다. 연휴가 지나고 생산활동을 시작한 첫 날 중국에서 불어온 증시 폭락 소식 때문이다. 세계를 잿빛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한국이 그렇듯이 중국의 위기 요인 중 하나는 고령화다. 지난해 말 세계은행 전망을 보면 중국의 노동 인구는 2040년까지 9000만명이 줄어든다. 수십 년간 지속해 온 '1가구 1자녀' 정책을 지난해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외신에서는 "부유해지기 전에 고령화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세계의 공장'이 연기를 뿜어대며 왕성하게 돌아가는 시대가 저물어간다면, 세계 경제의 성장 바퀴 역시 멈춰설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을 하게 된다. 지금 살고 있는 경제적 수준이 지속되거나, 혹은 더 떨어지거나. 유럽과 미국, 일본의 고령화는 이미 극심하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출산율은 떨어진다. 세계가 늙어가고 있다.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해 '세계 노령화와 보건' 보고서에서 "인류의 보건을 위협하는 것이 기후 변화나 약물 내성을 가진 미생물 또는 신종 감염병 출현이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확실한 추세는 급속한 인구 노령화"라고 했다. 2020년이면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5살 이하 어린이 인구보다 많아지고, 2050년엔 60세 이상이 20억명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 국가의 노인 비중이 30%를 넘고 한국은 40%를 넘길 전망이다. 인구 구조만 놓고 보면 저성장 시대라는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계속 더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또는 그래야 한다는 인식을 달리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만 놓고 보면 사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빈곤은 상대적인 측면이 더 크다. 어렸을 때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는 친구 집에 몰려가 영화를 보곤 했던 기억이 있다. 또 자가용 있는 집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물론 여전히 절대적 빈곤층이 존재하긴 하지만 현재의 다수는 과거의 부유층이다. 이제는 만족하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나이에 대한 새로운 규정도 필요해 보인다. 중년이나 장년 같은 관습적인 규정 때문에 몸과 마음이 조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과 사회의 활력을 위해서도 그렇다. WHO는 늙는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며 기능적 능력과 나이와의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얘기인데, 원치 않더라도 그렇게 살아야 할 수밖에 없는 시대다. 박철응 금융부 차장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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