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수 증권부장
7개국이 자웅을 겨루던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는 나머지 6국을 압도하는 국력을 자랑했다. 입신양명을 꿈꾸는 인재들은 쇠락해 가는 조국을 등지고 진나라로 몰려들었다. 각국의 인재들이 몰리면서 진나라와 6국의 국력차는 더욱 커졌지만 그러다 보니 한정된 벼슬자리를 두고 자리싸움이 치열해졌다. 특히 대대로 진나라에 충성하던 터줏대감들의 반발이 심했다. 이러던 중 한나라 출신의 정국이란 사람이 대규모 관개용 운하를 건설했는데 속셈이 대규모 토목공사로 진나라 재정을 파탄내기 위해서란 게 밝혀졌다. 운하 건설은 결과적으로 진나라를 더욱 풍요롭게 했지만 타국 출신을 배척하는 본토 출신들에게 좋은 빌미가 됐다. 타국 출신은 간첩일 수 있으니 나라밖으로 쫓아내라고 왕(훗날 진시황)을 부추겼다. 진시황도 이들의 청을 들어 '축객령'을 내렸다. 이때 훗날 승상이 되는 이사가 축객령은 진나라에는 해롭고, 다른 나라에 이로울 수 있다며 진시황을 설득한다. 이때 이사는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라는 유명한 말을 한다. 태산은 한줌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높은 산이 됐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렇게 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인재들을 내치면 이들이 다른 나라로 가 그 나라들의 국력이 강해질테니 진나라에 손해라는 논리였다. 송년 모임에서 만난 한 친구가 얼마 전 페친(페이스북 친구) 절반을 차단했다고 얘기했다. 생각(주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이 돼 있다 보니 쓸데없이 논쟁만 길어지며 감정만 상하는데 굳이 친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단다. 본인이 쓰는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낄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글을 보여줄 필요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 굳이 뜻이 다른 사람과 엮여서 서로 감정 상할 필요는 없지"라고 답해줬지만 요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해서 안타깝기도 했다. 정치든 사업이든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하는 일이다. 하지만 성장을 하고, 규모를 키우려면 다양한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 손을 잡아야 하는 이들 중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도 필요하다. 진시황은 이사의 말을 듣고 축객령을 취소했고, 결국 통일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거창하게 정치나 사업을 하지 않는 소시민이라도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여유 정도는 있어야 세상이 덜 각박하지 않을까.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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