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논란 속 조성진·임지영·문지영 등 젊은 예술가 잇단 승전보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2015년 문화계는 다사다난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뜻 깊은 성과를 이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악재를 겪었다. 표절 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그 주요 뉴스 열 가지를 꼽았다. ■ 조성진·임지영·문지영, 국제 콩쿠르 우승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의 저력이 유난히 돋보인 한 해였다.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콥스키·폴란드 쇼팽 피아노·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가운데 두 대회를 휩쓸었다. 임지영(20)이 지난 5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을 우승한 데 이어 조성진(21)이 지난 10월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 9월에는 문지영(20)이 이탈리아에서 열린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했다. 모두 한국인으로서는 첫 우승이었다. 특히 조성진은 콩쿠르 연주 실황음반이 주요 온라인 음반사이트에서 유명 가수들의 음반을 제치고 1위에 올라 클래식 음반과 DVD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받았다. ■ 신경숙 등 스타 작가 표절 논란소설가 겸 시인 이응준(45)은 지난 6월 신경숙(52)의 단편소설 '전설(1996)'의 한 대목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1983)'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비난 여론이 일자 신 씨는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해명했다. 남편인 남진우(55)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에서야 "여러 작가들의 표절 혐의에 대해 무시하거나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었다"며 사과했다. 지난 9월에는 인기 그림책 작가 최숙희(51)가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1998)'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2015)'가 '한국사 편지(2009)'의 일부를 표절했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 '베테랑'·'암살' 1000만 영화 등극지난여름 개봉한 류승완(42) 감독의 '베테랑'과 최동훈(44) 감독의 '암살'이 각각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베테랑'은 1341만4005명으로 역대 흥행 3위, '암살'은 1270만5295명으로 7위에 올랐다. 두 영화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투쟁과 그 과정을 명확하게 그리면서 선이 끝내 승리하게 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단죄'라는 간결하고도 분명한 메시지에 스릴, 유머 등을 더해 폭넓은 관객층을 수용했다. 올해 한국영화는 이밖에도 '내부자들(613만5186명)', '사도(624만6592명)' 등 한국사회의 어두운 사회상을 반영한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셰프 관련 콘텐츠 급부상...백종원·최현석 인기올해 방송국은 셰프 관련 콘텐츠로 넘쳐났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집밥 백선생'·'수요미식회', SBS '백종원의 3대천왕' 등이다. 특히 요리연구가 백종원(49)과 엘본 더 테이블의 총괄 셰프 최현석(43)은 독특한 매력으로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누렸다. 요리와 무관한 프로그램들까지 섭외에 혈안이 돼 과열경쟁이 일었을 정도다. 대부분은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비슷한 콘셉트였다. 섣부른 접근으로 프로그램들이 변별력을 상실해 조금씩 식상하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 ■ 메르스 여파로 문화·관광 위기 도래 및 극복문화·관광 산업은 지난 5월 메르스의 발생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특히 관광은 1월~5월 전년 대비 10.7%의 증가율을 보이던 외래 관광객 수가 6월에 41%, 7월 53.5% 감소했다. 뮤지컬, 연극 무대도 텅 빈 객석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티켓 1+1 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소외계층 문화순회 공연 지원 사업을 확대 추진했다. 관광 분야에서는 메르스 관련 관광업계 지원 및 대응 방안을 시행하고 단체관광비자수수료 면제 제도, 794억원의 긴급 융자 지원 등을 실시해 지난 9월부터 회복세를 이끌었다.■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열풍 MBC '무한도전'이 지난 1월 2주에 걸쳐 방송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199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들이 다시 인기를 얻었다.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을 이루며 2000년 이후 세대들의 주목을 끌었다. 지누션, 김현정(42), 소찬휘(43), 터보 등은 활동을 재개하거나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무한도전'은 2년마다 마련하는 가요제로도 음반시장을 뒤흔들었다. 특히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박명수(45)와 아이유(22)가 선보인 '레옹'은 3주간 각종 차트 1위에 오르며 방송의 힘을 톡톡히 누렸다. ■ 천경자 화백 별세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여성화가 천경자 화백이 지난 8월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 1924년 전남 고흥 출생으로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미술학을 전공한 천 화백은 1952년 피란지인 부산에서 연 개인전에 뱀이 우글거리는 그림 '생태'를 발표해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 여인의 한과 환상, 꿈과 고독을 한국화에 담아내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린다. 자신을 닮은 여인상과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가 특징이다. 고인의 '미인도' 위작 논란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24년 전 고인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던 그림을 현대미술관이 진품이라고 주장해 유족과 마찰이 빚어졌다. ■ 문화예술계 인사 잡음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년간 주요 문화예술계 산하기관 인사에서 진통을 겪었다. 김희범(56) 제1차관이 지난 1월 돌연 사표를 제출했고, 국립오페라단장과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문화예술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장기간 공석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장 자리에 처음으로 외국인 관장이 임명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지난 14일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회장이 정식 임명된 뒤에도 윤리선언을 요구하는 성명이 나오는 등 반발이 그치지 않고 있다.■ 콘텐츠산업 매출액 100조원 시대 눈앞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 예산은 콘텐츠산업 매출 100조원 시대에 부응하는 기조로 꾸려졌다.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에 애초 정부안(898억원)보다 6억원 많은 904억원이 반영됐다. 지난 1년간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취지에 걸맞게 진행된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K-컬처밸리 등이 자리를 잡았고, 지난 8월에는 경복궁 옆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에 한국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복합문화허브공간 '케이-익스피리언스'를 조성하기로 했다. 가장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는 2009년 이후 수출이 88.7%나 증가한 캐릭터와 2013년부터 창업과 작업 매출 비중이 70%를 차지한 애니메이션이다. 문체부는 2019년까지 이 분야에 총 38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아이유 '제제' 가사 논란가수 아이유의 곡 '제제(zeze)'를 둘러싼 논란이 지난 10월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제제'는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아동학대를 겪는 다섯 살짜리 주인공인 제제를 모티브로 한 곳이다. 아이유는 가난과 폭력에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를 도발적이고 섹시한 꼬마로 재해석했다. 학대로 아픔을 가진 제제를 성적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일자 여론은 물론 문화계에도 '해석과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과 '예술도 금기가 있다'는 통념이 팽팽하게 맞섰다. 문제를 제기했던 출판사 '동녘'의 사과로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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