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5조 육박…주가 약발 안통하네

올 코스피 상장사 8개사 중 6개사 주가 하락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올해 들어 코스피 상장사가 이익 소각(消却)을 위해 사들인 자사주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였지만 약발은 미미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금액은 4조8377억원으로 이전 역대 최대치인 2012년의 4500억원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자사주 소각 규모가 이전 기록의 10배를 넘는 신기록을 기록한 것은 전적으로 삼성전자 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29일 보통주 223만주(약 2조9000억원), 우선주 124만주(약 1조2000억원) 등 총 347만주(약 4조2000억원)를 장내 매수한 뒤 전량 소각했다. 소각 물량은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51%(보통주), 5.43%(우선주)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1차 소각을 포함해 내년 1월 말까지 총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가가 저평가된 상장사가 자사주를 사들여 없애는 방식이다. 유상감자와 달리 자사주 소각은 자본금 감소 없이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올해 국내 상장사들은 이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올 들어 자사주 소각 결정을 내린 코스피 상장사는 총 8개사였다. 이 중 6개사가 자사주 소각 발표 이후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4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공시 이후 주가가 4.83%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 공시 이후 3거래일 반짝 상승세를 보이며 140만원 가까이 올랐지만, 이를 단기 고점으로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달 16일 미원화학은 보통주 2만3500주(발행 주식 수 대비 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지만 당일 주가는 1%대 하락 마감했다. 미원화학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4만3800원으로 공시 전후로 6%가량 빠졌다. 지난 10월2일 자사 보통주 27만여주를 소각한 우리은행도 공시 전후로 주가가 2.46% 하락했다. 동남합성도 내년 1월 중순까지 3개월에 걸쳐 자사 보통주 5000주(약 2억원)를 장내에서 사들여 소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주가가 3만8600원에서 3만9450원으로 2.2% 내렸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이 주가 부양에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안상희 대신증권 지배구조연구실 팀장은 "과거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가 영향을 분석해보면 자사주 취득 공시는 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분석을 보면 2010년 이후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83개사의 공시 후 1주~12주 주가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7% 초과 수익률을 보였다.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가 영향은 소각이 끝나는 시점이 돼야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삼성전자와 동남합성, 미원상사의 자사주 소각은 내년 1월말께 완료된다. 안 팀장은 "자사주 소각은 단기가 아닌 1년 이상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봐야 할 문제"라면서 "공시 이후 초기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실현 매물 부담이 확대되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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