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리퍼블릭, 멈춰버린 경영시계

정운호.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화장품 브랜드숍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영시계가 멈췄다.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 정운호 대표가 상습 도박 혐의로 구속되면서 해외진출과 상장 작업 역시 구심점을 잃게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이 정 대표 구속 이후 해외 진출 등 내년도 사업계획과 상장 등 회사의 주요 경영 일정을 무기한 미뤘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상장 여부는 결정할 수도, 대략적인 전망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운호 대표 관련) 최종 공판 이후 결과에 따라 최적의 시기를 다시 저울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역시 확정된 바 없으며, 공판 결과를 우선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네이처리퍼블릭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여행사인 레드캡투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동대문을 근거지로 한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에 도전,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으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공식 후원사로 나서는 등 정 대표를 중심으로 대외 마케팅 활동의 보폭을 넓혀왔다. 정 대표의 구속으로 '오너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가장 타격을 입게 된 것은 해외진출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국내 브랜드숍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전개하고 있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하반기에만 해도 중국, 미얀마에 잇따라 추가 매장을 오픈했고, 카자흐스탄에 신규진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서부 상권 강화를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12번째 매장을 열며 현지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외형 확장'에 초점을 맞춰 급격히 매장수를 늘리던 국내 사업도 당장 방향성을 잃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9월 서울메트로가 실시한 '역구내 화장품 전문매장 임대차' 입찰에 참여해 기존 미샤(에이블씨엔씨)의 매장을 포함, 총 68개 매장의 운영권을 따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페이스샵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면서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정 대표는 이제까지 적극적인 확장정책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면서 "그러나 모든 일을 추진하던 정 대표의 부재로 상장이나 해외진출은 물론 국내 사업까지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한편, 정운호 대표는 지난 2003년 화장품브랜드숍 1세대 브랜드인 '더페이스샵'를 창립했으며, 회사 지분을 LG생활건강 등에 매각해 2000억 원 상당의 차익을 올렸다. 2010년에는 네이처리퍼블릭을 설립,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며 사세를 키웠으나 지난 10월 상습도박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4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오는 18일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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