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기후변화 '글로벌 체스 게임'

기후변화 대책…라이프스카일 변화로 이어져야

▲기후변화로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NASA]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오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가 열립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앞서 '기후변화 2014' 종합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IPCC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질질 끌수록 우리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더 많은 기술, 과학, 경제, 사회적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 급증으로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상승하면 지구는 큰 재앙에 직면할 것이란 내용입니다. 이번 파리 총회에서 이런 기본적 의견에는 각국이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구체적 대책 부분에 이르면 동상이몽입니다. 그 한계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현재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에서 시작됩니다. ◆과학 vs 정치=기후변화 이슈는 과연 과학적 분석일까요, 정치적 이슈일까요. 이 부분에 이르면 논쟁이 치열합니다. 인류가 그동안 과학적으로 기후변화 데이터를 수집한 것은 길게는 150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1973년부터 과학적 기상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약 40년 됐습니다. 지구의 역사는 46억 년에 이릅니다. 46억 년 역사에 비교하면 150년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전문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진행 중입니다. 짧은 기간의 데이터를 두고 기후변화를 단정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는 것이죠. 지금의 기후변화 이슈는 과학적 접근이라기보다는 정치, 경제적 이슈가 강하다는 겁니다. 과학적 접근과 데이터 파악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김현경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기상 이변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분석 작업과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진국 vs 개발도상국=파리 총회에서 한 장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최대국인 미국과 중국 지도자의 모습이었는데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수석이 악수하면서 정면을 바라보는 사진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데 시진핑 수석은 웃는 건지 무표정인지 묘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책 중 가장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온실가스 감축'입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미묘한 문제입니다. 그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를 현재의 상황으로 만든 주범은 선진국입니다. 산업혁명이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은 화석연료를 대량 사용해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중국이 최근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급증했습니다.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요. 미국은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가 견뎌내지 못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중국은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그동안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책임은 선진국에게 있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대책에 따른 분담금은 선진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파리 총회에서 신기후체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구체적 이행 부분에서는 회의론이 앞섭니다. 구속력이 없고 온실가스 저감에 따른 분담금에 대한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IPCC vs SPCC=IPCC는 UN(국제연합)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에 의해 1988년 설립된 조직입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와 관련된 보고서(Assessment Report, AR)를 다섯 차례 내놓았습니다. 2007년 4차 보고서(AR4), 2014년 5차 보고서(AR5)가 나왔습니다. IPCC의 보고서에는 오류가 많았습니다. 축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 빙하가 언제 사라질 것인지에 대한 내용 등 곳곳에서 비과학적 데이터 인용이 지적됐습니다. IPCC의 한계입니다. IPCC는 전문 연구기관이 아닙니다. 주문형콘텐츠(ROD, Reports On Demand)를 만드는 곳입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단체입니다. 입맛에 맞는 보고서만 취사선택할 수 있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IPCC의 구성원도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AR5 종합보고서에 참여했던 작성자 명단을 보면 미국 9명, 독일과 영국 각각 5명, 인도 4명, 호주 3명, 아르헨티나·중국·노르웨이·네덜란드·스위스 각각 2명 등입니다. 현재 IPCC 의장인 이회성 우리나라 교수도 포함돼 있죠. 미국과 영국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IPCC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보고서 작성에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IPCC를 넘어 SPCC(Scientific Panel on Climate Change)가 필요하다고 주문합니다. 정치와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객관적, 중립적이면서 과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낼 수 있는 전문가 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화석연료 vs 재생에너지=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실적으로 이 같은 일이 가능할까요?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다른 에너지원이 현재의 지구촌 에너지 소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수력과 풍력, 원자력, 태양광, 바이오연료 등이 있습니다. 수력은 자연경관 훼손과 수몰지역 등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풍력과 태양광은 기후조건에 따라 가변성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원자력은 그동안 몇 차례 대형 참사가 빚어지면서 인류의 또 다른 위협이 됐습니다. 바이오 연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질소가 대거 방출되는 등 온실가스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지금의 전 지구촌 에너지 소비를 충족시키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는 실정입니다. ◆기후변화 vs 라이프스타일 변화=우리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에 이르렀습니다. '신기후체제'는 과학적 이슈라기보다는 정치·경제적 이슈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과학적 접근보다는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 테이블이 좌지우지됩니다. '글로벌 체스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한계는 모든 나라의 공통분모에서 시작됩니다. '현재의 에너지 사용량은 줄이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주범인 화석연료를 줄여야 한다'는 자가당착입니다. 인류는 그동안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질주했습니다. 그에 따라 에너지 소비는 갈수록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화석연료를 줄이고 대체 에너지로 간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기후변화는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촉구합니다. 지금과 같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일관한다면 지구는 버텨내지 못할 것입니다. 이 부분이 기후변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리 총회는 기후변화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주문하지 않습니다. 신기후체제에 따른 정치, 경제적 협상 테이블에 주목합니다. 기후변화의 근본적 문제에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해 보이는 배경입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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