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놈, 넘치는 놈, 속타는 놈…‘기업 구조조정 잔혹사’

‘기업 구조조정’ 정부 구호 요란하지만 현장에서는 ‘난제’ 수두룩

중소기업신용위험평가 C등급 D등급 받은 기업수와 기업구조조정 난제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 최근 산업은행 구조조정 담당자는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만나 한국GM 지분 17.02%를 당분간 매각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홍 의원이 산업은행의 한국GM 지분 매각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고 문의한 데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은 2000년 3월 대우 사태로 대우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자금 지원에 나섰고, 이후 대우자동차가 미국 GM에 인수된데 이어 GM이 유상증자를 하면서 현재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산은은 정부가 신속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자회사 매각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한국GM 매각도 고심했지만 현재로서는 제값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GM이 2017년까지 한국GM의 우선매수청구권자여서 경쟁을 통한 매각 가치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을 당장에라도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난제들이 많다"고 토로했다.정부는 기업 부실이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C등급(워크아웃 대상) 70개, D등급(법정관리 대상) 105개 총 175개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은행들에게 요구했다. 11~12월 두달간 진행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도 부실 기업이 드러나는대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의지가 '성공적인 수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구호와 달리 실제 구조조정은 지루하고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부실 기업 버티기=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서 기업이 C등급(워크아웃 권고대상)을 받으면 7일 이내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되어 있지만, 기업들이 버틴다면 방법이 없다. 부실 기업이 채권은행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지 않고 대주주의 개인 재산을 투입하거나 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차입한다면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있다. 초기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채권은행에서 해당 기업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평가해 C등급을 통보하면 강제로 워크아웃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1년 제3차 기촉법 제정과정에서 워크아웃 신청권한을 기업에 돌려줬다. 그 결과 C등급 기업 중 워크아웃 신청률은 2000년대 100%에서 2012년 54.5%로 떨어졌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중소서민금융연구실장은 "당시 법조계를 중심으로 기업이 구조조정을 택할 자율성이 없는 것을 위헌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며 "지금 상태에서 구조조정 방법은 채권회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권회수도 만만치 않다. 여신만기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은행의 조기상환요구권은 특별한 상황에만 사용할 수 있다. 대출 약정서에 이를 명시해야 하는데 이런 사례가 많지 않다. ◆ 매각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들을 '시장가격'에 매각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대상은 5년 이상 투자기업(출자전환 6개, 중소벤처 86개)과 정상화된 기업이다. 문제는 매각 시점을 '3년 이내'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3년 이내에 매각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이 생각하는 매각가를 고집하기가 어렵다. 경기 위축으로 매각 수요가 적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24일 산은캐피탈 매각 예비입찰에 SK증권-YAJ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만 참여했지만 매각이 불발된 것이 그 사례다. 산은 관계자는 "국가 계약법에 따르면 입찰이 복수로 이뤄져야 하는데 단독 입찰이어서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는 매각을 서두르겠다고 하지만 기업을 인수할 주체가 있어야 하지 않냐"며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매각 시점을 3년 이내로 명시한 것은 오히려 흥행을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유암코 구조조정 역할 = 기촉법상 PEF(사모펀드)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는 주채권은행 역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기업구조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법적으로 어려운데, 유암코가 주채권은행처럼 의견을 조정하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은행간 협조를 구한다는 설명이다. 편법이어서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채권자를 기업구조조정 주관기관으로 선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권단 구조조정 담당 관계자는 “채권을 유암코에 모두 매각하거나, 매각에 반대하는 은행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유암코가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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