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진정한 부가가치는 손끝 기술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

1947년 스페인직업청년단은 청소년의 근로의욕 고취와 심신의 건전화를 이루기 위해 직업교육 진흥책의 일환으로 기능경기대회를 개최했다. 1950년 포르투갈이 본 대회의 취지에 적극 찬동해 같은 해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양국 청소년 대표선수 24명이 참가한 친선경기를 가지게 된 것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의 시초이다. 경기종목으로 기계, 금속, 전기ㆍ전자, 건축ㆍ목재, 공예조제분야 등 30여 직종에서 실시된 이 대회는 '1직종 1선수' 참가를 원칙으로 해 1952년 두 번째 대회를 마드리드에서 개최했다. 그 뒤 매년 또는 격년으로 대회를 개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처음에는 유럽국가 중심의 회원국으로 구성됐으나 우리나라는 9명의 대표선수를 선발해 1967년 9월 스페인에서 개최된 제16회 대회에 처녀 출전해 양복과 제화 직종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회참가 10년째인 1977년 제23회 대회에서는 총 28명의 선수가 참가해 금메달 12명, 은메달 4명, 동메달 5명 등 21명이 대거 입상함으로써 국제기능올림픽의 정상을 차지하게 됐다. 이 당시에는 카퍼레이드를 통해 대회 참가자들의 귀환을 온 국민이 열렬히 환영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나라는 이 후 1991년까지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1977년 당시 100억달러에 그치던 수출실적을 11번째 우승을 했던 1997년에 1400억달러로 확대시킴으로써 오늘날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1989년에 귀국한 후, 1991년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초청강연을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학생들이 기술 습득을 통해 한국의 산업화에 일조를 한다는 자부심이 매우 컸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최근에는 온 나라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대책 마련에 고민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은 쓸 만한 젊은 인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는 반면 젊은 학생들은 자기들의 스펙을 알아주는 직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히든 챔피언이 많은 독일에는 지금도 마이스터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무조건 4년제 대학의 졸업장을 따기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분야의 기술을 전수받아 같은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는 데 대해 자부심과 더불어 사회로부터 적절한 대우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 만난 일본 금형제조업체의 마사히토 야마나카 사장은 회사의 경쟁력을 이렇게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회사에는 금형 연마 분야에서만 중학교 졸업 후 40년간 계속해서 일하고 있는 기능인들이 30여 명 됩니다. 이들 기능인들의 실력에도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중국이나 태국, 또는 한국에 자회사를 만들더라도 현지에서 이와 같은 기능인들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직은 본사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계가 할 수 있는 가공은 필요한 회사가 장비를 구입하면 됩니다. 그러나 숙련공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 창출은 기계가 구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이를 지속 발전시켜 창조 경제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된다. 국민 모두가 기본에 충실해서 맡은 분야의 전문가가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겠다는 마음 자세를 갖도록 해야겠다. 특히 기능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것도 일반 올림픽에서 우승하거나 노벨상을 받는 것에 못지않다는 인식을 확대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산업 현장에서 장비의 고도화 및 끊임없는 혁신이 이뤄질 때 국내 산업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분야를 초월해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처우에 대해 개선할 점은 없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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