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서거]'그의 멸치 안받고 '정치한다' 말할 자격 없어'

칼국수·멸치, YS의 개혁 의지 보여준 상징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칼국수와 멸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징물과도 같다. 칼국수는 김 전 대통령의 절약과 개혁 의지를, 멸치는 그가 정치를 할 수 있는 밑천이 됐다.김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청와대 행사에서는 칼국수가 빠지지 않았다. 내각 회의는 물론이고, 외부인 초청 오찬에서도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칼국수가 테이블에 올랐다.문민정부가 출범한 1993년 10월 김 전 대통령은 저축의 날을 맞이해 청와대에서 수상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칼국수 예찬론을 펼쳤다. "점심 때 칼국수를 먹는 것은 과소비와 사치 향락을 줄여 근검절약의 모범을 보이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칼국수는 외신들의 관심 대상이기도 했다.특히 당시 우리나라와 국교수립을 맺은 지 3년 정도밖에 안된 중국에서는 '조그만 개혁'이라며 관심있게 지켜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칼국수로 오찬메뉴를 바꾸면서 청와대 식사비가 과거에 비해 5분의1 이하로 줄었다"고 자평한 것으로 전해졌다.멸치 역시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다. 멸치 선단을 거느린 거제도 유지 아들로 태어난 김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재력 덕분에 정치 인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선친인 고(故) 김홍조옹은 생전 김 전 대통령이 고향을 찾은 자리에서 "정치만 하지 않았어도 저 앞산만큼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해마다 명절 때가 되면 김 옹은 아들에게 선물용 멸치를 수백상자씩 보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를 지인들에게 추석선물로 돌렸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YS멸치를 받지 않았으면 이 땅에서 정치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에도 규모는 줄었지만 멸치는 여전히 청와대의 대표적인 추석선물이었다.하지만 칼국수와 멸치 인기는 김 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동반 하락했다. 개혁이 무뎌지고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특히 차남인 현철(현 한양대 특임교수)씨의 정치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칼국수는 청와대 메뉴에서는 물론 정치권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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