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시한부 면세사업자', 명품에 치이고 대규모 투자도 '움찔'(종합)

중국 최대 명절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요우커들이 롯데백화점 면세점을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설화수 매장이 요우커들이 줄을 서고 있다.

5년 시한부 운영도 영업에 대규모 투자 꺼리고 해외 확장도 걸림돌명품 협상력에서 뒤질 수도…특허수수료 인상 리스크도 잠재[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승자의 저주'에 빠질수도…"'면세점 대전' 2라운드는 신세계와 두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신세계와 두산은 이르면 내년 4월말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과 두산타워에 각각 면세점을 오픈한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면세점 제도 개편 결과에 따라 신세계와 두산의 운명은 지금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시내면세점의 이익 환수분을 늘리기 위해 특허수수료를 대폭 올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다 수천억원의 돈을 쏟아붓고도 5년 뒤 특허 존속이 안될 수도 있어서다. 가장 큰 문제는 특허를 따내더라도 5년이라는 시한부 운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시내면세점 위주의 국가다. 10년~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사업의 안정성은 명품 브랜드와의 협상력을 높여주었고 다양한 제품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었다.

(맨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롯데 월드타워점, 신세계 본점, 동대문 케레스타, 동대문 두타

쇼핑 목적의 관광객이 한국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반면, 해외는 공항점 위주의 사업자 대부분이다. 해외 공항은 5~7년 단위로 특허권이 만료돼 사업의 안정성이 낮고 상품이 비싼 편이다.이번 결정으로 한국 면세점의 최대 강점인 '사업 안정성'의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매출이 좋아도(롯데 월드타워점), 투자가 많아도(SK 워커힐점) 면세점 특허권을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신규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5년 후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향후 대규모 투자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대형 사업자는 시내점의 현금 창출력을 통한 해외 확장이 부담스러워 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규모의 경제가 곧 경쟁력인 면세사업에서 사업자가 과감한 투자나 채용에 나서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에 따라 면세 사업권의 특허기간은 10년에서 5년으로, 갱신방법은 자동에서 경쟁입찰로 바뀌었다. .중국, 일본이 관광객 및 쇼핑객 유치로 관련법을 개정하고 완화하는 반면 국내는 관세법 적용으로 업계 성장을 되레 막고 있는 셈이다.업계 관계자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안방에서 싸우느라 세계시장에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데 제도상의 한계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늦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입법리스크도 부상 중이다. 정부는 지난 9월초부터 기획재정부ㆍ관세청ㆍ공정거래위원회ㆍ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로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TF는 시내면세점들이 얻는 이익 중 환수분을 확대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꾸려졌다. 이익환수 확대 방안으로는 정부에 내는 면세점 특허수수료 인상과 사업자 선정방식 변경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특허수수료는 대기업의 경우 매출액의 0.05%, 중견ㆍ중소 면세점은 0.01%가 적용된다. 이에 대해 면세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현실에 비춰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매출액은 8조3077억원이었지만 특허수수료는 4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최고가 특허수수료를 제시하는 사업자에게 특허를 주는 최고가 입찰방식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이 방안은 재계 일각에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특허수수료 인상이 어떤 형태로든 일부 있을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발의안(면세점 매출액의 5% 징수)처럼 높은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면세점과 카지노는 모두 정부 라이선스를 부여받아야 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면세점은 카지노와 달리 수익성이 높지 않고 대규모 재고리스크를 져야 하는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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