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찰리우드 없인 못 살아

中 영화 2년내 연매출 100억달러로 美 제칠 듯…中 제작사, 신기술·자체 역량 키워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의 영화산업이 급팽창하면서 할리우드가 중국 내 영화 상영권을 따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2003~2010년 중국 본토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연간 평균 40% 이상 늘었다. 2012년에는 당시 세계 2위였던 일본의 박스오피스 매출마저 뛰어넘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017년 중국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연간 100억달러(약 11조3350억원)에 이르러 현재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이런 상황에서 서방의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중국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초대형 스크린 체인 아이맥스는 지난달 초순 중국 지사를 출범시켰다.지난 9월에는 할리우드의 워너브라더스가 중국인들 입맛에 맞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현지 투자업체 화런(華人)문화산업투자기금과 손잡았다. 화런은 미 영화사 드림웍스와 손잡은 현지 업체 오리엔탈드림웍스(東方夢工場)에 이미 투자해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 팬더'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자리잡은 종합미디어 업체 오브미디어의 피터 샤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영화시장이 그야말로 노다지 시장이지만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중국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외국 제작사는 연간 34개로 제한돼 있다. 게다가 중국 현지 영화사들이 상영할 수 있는 외국 영화는 연간 30~40편에 불과하다.중국 시장조사업체 이언(藝恩)그룹의 류추이핑(劉翠萍)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개봉일을 자국 영화시장 보호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7월은 영화 성수기다. 그러나 올해 7월 중국 극장에 새로 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한 편도 없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자국 영화사에 보조금 및 세금 혜택도 제공한다.
외국 제작사들은 이렇게 불리한 점들을 극복하고자 중국 현지 제작사와 '공동제작'에 나선다. 그러나 화런의 쉬즈하오(徐志豪) 대표이사는 "중국과 서방 관객 모두에게 먹힐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낸 제작사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상하이(上海) 소재 영화 제작ㆍ배급사 펀더멘털필름스의 그레고리 우안혼 사장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서방의 제작사들은 중국의 검열 당국과 관객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본을 마련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오래 걸리는지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고 전했다.오랫동안 할리우드로부터 외면당한 중국의 제작사들은 신기술에 투자하며 창작 역량을 키우고 투자도 더 유치하고 있다. 화이브라더스(華誼兄弟)미디어와 베이징인라이트(北京光線)미디어는 자체 역량만으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들고 있다.2012년 개봉된 로드무비 '로스트 인 타일랜드'는 중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매출 2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9월 극장에 걸린 '로스트 인 홍콩'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매출이 1억달러를 넘어섰다.이야기 전개와 애니메이션 기술에서 중국 영화계가 할리우드를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에서만큼은 중국 영화계가 할리우드보다 낫다.중국 관객의 취향은 급변하고 있다. 중국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주도하는 계층은 젊은이들, 중소 도시민들이다. 특히 중국 현지 관객들 가운데 신기술에 익숙한 젊은이가 점차 늘고 있다. 그 결과 영화표 가운데 63%가 온라인으로 예매된다. 미국의 경우 13%에 불과하다.중국의 영화 제작사들이 새로운 온라인 매출원 실험, 소셜미디어를 통한 관객 확보에 열 올리는 것은 젊은층 때문이다.애니메이션 '몽키킹: 영웅의 귀환(西游記之大聖歸來ㆍ2015)' 제작사는 텐센트(騰迅)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제작비를 조달했다. 제작사는 10만위안(약 1780만원) 이상 투자하는 이에게 자녀 이름을 크레딧, 다시 말해 영화 제작 참여자 명단에 넣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식으로 끌어들인 제작비가 700만위안을 웃돌았다.인터넷은 중요한 배급 수단이다. 중국 굴지의 인터넷 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ㆍ텐센트ㆍ바이두(百度) 모두 온라인 비디오 사업에 투자 중이다. 전문가들은 몇 년 뒤면 중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매출이 박스오피스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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