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민간이 위탁관리해 온 국가 가계부를 정부가 직접 챙기는 한국재정정보원 설립 계획이 야당의 국정화 예비비 제출 요구로 발목이 잡혔다. 기획재정부가 국정화 예비비 내역 공개를 거부하듯 국가재정 정보를 독점하고 폐쇄적으로 운영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6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한국재정정보원법 제정안을 심사했다. 이 법안은 공공기관인 한국재정정보원을 새로 설립해 그동안 민간 기업이 위탁관리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을 기재부가 직접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dBrain이란 예산의 편성·집행, 자금 및 국유재산 관리, 결산 등 국가 재정업무의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통합재정정보시스템으로 하루 약 4~5조원 규모가 결제된다. 정부는 국가재정 정보 업무의 전문성과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8월 법안을 제출했지만 2년째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정부 측은 재정정보원 설립으로 인한 예산·인력 낭비 우려는 없다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초기 설립 비용 78억원 외에 추가적인 예산 소요가 거의 없고, 민간기업의 직원들을 상당수 고용승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도 "우리나라는 전자정부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라며 "최근 관세청이 전자통관시스템을 해외 수주한 것처럼 행정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기하고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야당이 법안 통과에 즉각 제동을 걸었다. 김현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정교과서 예비비 문제를 언급하며 "기재부의 예산 처리 방식에 개선이 없다면 정보원 설립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김 의원은 "국정화 예비비 내역을 주면 dBrain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 재정정보원이 국민 앞에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믿고 (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예비비 내역 공개를 거부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송언석 기재부 제2차관은 "법안 자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을 가지고 말씀하는 건…"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한편 재정정보원 설립과 관련해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은 공공기관을 줄여야 할 때가 아닌가. 재원을 확보해서 복지나 국가재정에 투입해야 할 시기에 기재부가 또 기구를 세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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