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내년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합의를 위한 여야 '4+4 회동'이 사흘간 계속 됐지만 결국 결렬됐다. 이번 논의에서 여당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국회선진화법 개정 카드를 꺼냈다가 스스로 접은 것은 그만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증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2차 회동을 앞두고 이병석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제안한 중재안(지역구 의석을 260석으로 늘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부분도입안)을 받아들일 것을 여당에 요구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도 함께 논의하자"는 역제안을 내놨다. 국회선진화법은 여당에서 강력하게 개정을 주장해온 법이다. 2012년 5월 탄생한 이 법은 당초 주요 쟁점법안에 대해 일정 요건을 갖추면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이 가능한 '안건 신속처리제도'로 도입됐다. 하지만 다수당의 날치기와 몸싸움 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쟁점 법안에 국회의원 재적수 5분의 3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소수당으로 전락할 때를 대비한 '정치적인 보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발언권이 커지며 '주고받기식 법안 처리'로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이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수정요구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을 연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평소 "국가가 힘들어지고 나라가 망한다면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며 "(국회선진화법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잘못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고쳐야 된다"고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하지만 이날 열린 2차 회동은 10분 만에 끝났다. 여당의 역제안에 야당은 내부 토의 끝에 이를 수용하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여당이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최종 거부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며 결국 협상은 파국을 맞이했다.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부수석은 "우리가 최종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이 내게 전화해서 '국회 선진화 법 논의 제안은 최고위에서 통과가 안 됐으니 없는 걸로 해 달라. 당 대표 등에 전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이처럼 여당이 간절히 원했던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포기한 이유는 그만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마다 정당이 얻은 표만큼 비례 의석을 가져가는 제도다. 이 제도를 중앙선관위가 19대 총선 득표율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152석이었던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41석으로 줄어들며 과반이 무너진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은 117석, 옛 통합 진보당은 34석을 차지해 범여권의 의석이 과반수를 넘어가 정국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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