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의 투자·50%의 실패'…신약株 뒤엔 긴 피눈물

한미약품 대박에 눈쏠린 바이오株 그 허상과 진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올 상반기 국내 증시 최고의 테마는 바이오주였다. 바이오주 중에서도 '신약개발'을 앞세운 회사들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신약개발을 한다는 뉴스만 나오면 몇 배씩 주가가 오를 정도였다. 너무 급하게 달린 탓인지 하반기 들어 급격한 조정을 받았던 바이오주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약품이 수조원대 신약 기술수출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다시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신약개발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조원 남짓 하던 시가총액은 어느새 8조원대 중반으로 LG전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할 정도다.  국내 증시에서 제 2의 한미약품을 꿈꾸는 증시의 신약 테마주들은 손가락에 꼽기 힘들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100% 이상 오른 종목만 해도 10개는 넘는다. 올 상반기 한미약품만큼 주목을 받은 에이치엘비는 미국 자회사 LSK바이오(지분율 60%)가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아파티닙'으로 6개월동안 6배나 주가가 올랐다. 아파티닙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과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에이치엘비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대형 제약사들과 라이선스 아웃 협상 중인데 최근 이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에이치엘비의 최근 주가는 6월말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이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해서는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 주가는 오롯이 아파티닙의 기술수출 여부에 달려있는 셈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의 미국 임상 3상을 준비중인 바이로메드는 올 들어 최대 374% 뛰었고, 코오롱생명과학은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티슈진-C'(미국 상품명 이보사)의 미국시장 출시 이슈로 508% 급등했다. 바이로메드와 코오롱생명과학도 에이치엘비처럼 상승분을 많게는 3분의 1 가까이 반납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주는 시장환경 변화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고공행진을 하다가도 시세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급락세로 돌아선다. 한미약품조차 7월말 60만원 가까이 갔던 주가가 2개월여만에 30만원대 초반까지 급락했을 정도다.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순식간에 몇조원짜리 회사가 되지만 실패할 경우, 기대감에 올랐던 상승분을 그대로 토해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신약개발 테마에 대한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유럽 등 신뢰할 만한 시장에서 후기 임상을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이들의 실적 가시성이 비교적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임상 2~3상 단계에 있는 기업들의 경우 기술수출이나 인수합병될 확률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믿을 만한 시장에서 후기 임상을 진행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발중인 신약이 매출에 반영되는 시간은 임상 1~3상 단계를 거쳐 상용화를 위한 최종 시판 승인 후 보험적용 절차까지 최장 15년 이상 걸린다. 다음 임상단계로 넘어갈 확률도 30~60%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성도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메지온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희귀질환시장이 7~8년 전부터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메지온은 폰탄수술(심장의 기형을 바로잡는 수술) 치료제의 미국 임상 3상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계획안을 제출한 상태다. 희귀질환은 환자수는 적지만 독점시장인데다 개인이 부담하는 1년 치료비용이 약 2억~3억원 수준으로 높고,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가 치료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어 매출원이 안정적이다.  바이오주는 실적보다 성장성에 베팅하기 때문에 한 순간에 찬밥신세로 전락하기도 한다. 세계 첫 췌장암 치료제 개발로 한 때 증시 안팎을 떠들썩하게 한 젬백스는 시장에서 소외된 지 오래다. 지난 2013년 유럽에서 진행한 임상 3상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신약 '리아백스주'는 개발에 착수한 지 17년 만인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고, 이달 초 환자에 대해 처방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제약ㆍ바이오는 실적 보다는 기대감으로 움직이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투자자들은 한미약품의 5조원 기술수출과 같은 잭팟이 터져주길 기대하며 베팅하지만 기대감을 실적으로 보여주는 업체는 많지 않다. 설령 보여주더라도 신약개발이나 상업화에는 15년 이상의 긴 임상 기간이 필요한 만큼 성공할 경우 부가가치 크지만, 실패할 경우 위험도 상당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제약ㆍ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원칙을 두고 '그때그때 다르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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