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은 자연재해?…‘내가 사는 지역 안전할까’

지난해 충남은 경기, 서울, 충북보다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던 상황에서 과거 강수량 현황을 함께 감안할 때. 가뭄은 지금 당장의 강수량 뿐 아니라 댐의 물 저장능력과 관리 등에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표=통계청 제공]

[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나.’ 충남 서북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이러할까. 고갈된 보령댐과 정부의 강제 급수제한 시행 예고 등은 농작물에 앞서 주민들의 마음을 타들어가게 한다. 어쩌면 내년 봄, 아니 기약할 수 없는 시일에까지 가뭄의 영향이 계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들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다.더불어 이를 지켜보는 타 시·도 주민들이 ‘내가 사는 지역은 가뭄에 자유로울까’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괜한 기우(杞憂)로 치부되지 않는 요즘이다.만약 해마다 강수량이 낮아져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올해 가뭄이 장기간 계속된다면.‘예년(지나간 30년간 집계된 수치의 평균치)에 비해’라는 상대(수치)적 의미로 해마다 강수량이 줄고 있음은 이미 대중에 전달된 기정사실이다.다만 현 시점의 강수량과 과거의 강수량 추이를 살펴볼 때. 지역별 현황에서 충남 지역이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강수량을 기록했음은 가뭄을 ‘자연재해’에 더한 ‘인재(人災)’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에 무게를 싣는다.

2010년~2014년 사이의 전국 시·도별 연간 강수량 현황자료. 자료에서 평균은 같은 기간 연평균 강수량, 차이는 연평균 강수량과 지난해 강수량의 낙폭을 의미한다. [표=통계청 제공]

기상청과 통계청의 e-지방지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별 연간 강수량은 ▲강원도(춘천) 674mm ▲인천시 788mm ▲서울시 809mm ▲충북(청주) 914mm ▲충남(서산) 1000mm 등의 순으로 분포한다.이는 충남지역의 ‘극심함’으로 집약되는 올해의 가뭄난을 차치하고 예년의 강수량을 살펴볼 때 16개 시·군 중 충남보다 오히려 더 비가내리지 않은 지역이 있었다는 점(용수율 확보 측면)을 부각한다.특히 충남은 2010년~2014년 사이 지역별 연평균 강수량에서 전국 16개 시·도 중 다섯 번째로 높은 강수량을 보이기도 했다.또 e-지방지표에 공시된 전국 강수량의 현황자료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로 이 기간 연평균 전국 시·도별 강수량 현황에서도 충남(2001mm)은 경남(진주) 2383mm, 부산 2307mm, 서울 2258mm, 제주 2250mm, 광주 2179mm, 강원 2131mm, 대전 2090mm, 경기(수원) 2082mm, 전북(전주) 2023mm에 이어 열번 째로 강수량이 많았다.이를 두고 충청권 지자체 관계자들은 “가뭄을 단순히 자연재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가뭄을 자연재해에 더한 인재의 결과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을 반영한다.이중 한 관계자는 “강수량의 감소는 특정 지역 또는 시기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지자체별) 수치상 자료만으로도 이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또 “지역별 가뭄의 정도가 차이나긴 하겠지만 현 시점 충남지역의 (극심한) 가뭄이 타 시·도와는 전연 무관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그러면서 “최근에는 전국 다목적댐 상당수가 고갈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간차를 두고 나타난 가뭄에 충남은 물론 다른 지자체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할 것”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가늠했다.

2000년~2014년 사이의 전국 시도별 연간 강수량 현황자료. 충남은 같은 기간 연평균 강수량에서 전국 열번 째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표=통계청 제공]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예비적 관점에서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안다”며 “이는 물 관리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적 수단 강구의 필요성을 요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특히 “충남은 지난 2000년대 후반을 즈음해 ‘제2의 보령댐’ 건설을 정부에 건의해 오기도 했다”는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 같은 건의사항은 현재까지 관철되지 않고 있다”며 “되레 노후 상수도관 등 실정상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언 발에 오줌 누듯’ 해결책을 내놓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이어 “가뭄과 물 부족에 대비, 지역별 실정에 따른 정책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한 ‘인재’를 더한 가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충남을 포함한 전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가뭄) 위기의식을 갖고 이를 해소해 나가려는 정부의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어필했다.한편 환경부의 ‘2013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년을 넘긴 노후 상수도관 비율은 전체의 30%로 이를 방치할 경우 2030년에는 52조원가량의 비용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또 노후 상수도관을 통해 새어나가는 용수량이 평균 20%~30%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 시설을 정비해 누수율을 낮추는 게 댐을 통해 용수를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도 한다.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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