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헌법소원' 판단 대상되는지 먼저 따져봐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효진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사회적인 갈등이 격화되면서 '헌법소원'이 해법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대상인지조차 모호한 상황이어서 갈등 해결의 묘수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조계에 따르면 1992년 헌재 판단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중요한 참고사례다. 당시 헌재는 국정 제도보다 검·인정 제도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내용을 결정문에 담았다. 심지어 헌재는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또 헌재는 국정 제도가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한 헌법 제31조 4항의 규정과 모순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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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반대론자들은 헌재의 당시 판단을 근거로 헌법소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특정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곳이 아니라 법률 등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는 곳이라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당시 헌재는 "검·인정 제도로 할 것인가 국정제로 할 것인가에 대해 국가가 재량권을 가진다"면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은 국어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헌재 결정문의 취지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의 결론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번에 헌법소원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3일 정부의 역사교과서 확정고시 발표가 판단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위헌 판단 대상은 법률에 한정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국민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령이나 고시(告示)도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고시도 헌재 판단 대상이지만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판단 대상이 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해당 고시가 국민 기본권에 직접적 영향을 줘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광철 변호사는 "정부의 국정화 고시라는 행위를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인데 결국 공권력에 의한 권익 침해 여부를 따지는 재판"이라고 설명했다. 헌재가 본안 심리 대상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위헌 결정은 또 다른 문제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위헌 결정이 나온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재판관들도 법리적 판단에 더욱 고심할 수밖에 없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소원이 청구된다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헌재 판단 대상인지부터 재판관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청구의 적법 요건이 맞다고 판단하면 본안에 대한 심리에 들어가고 그렇지 않다면 각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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