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이 남긴 3가지

①관리·감독 한계 ②구조조정 한계 ③수주 축소 없인 민영화 어려워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채권단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실을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는 예고된 사고였다. 대주주로서 대우조선의 부실을 관리 감독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구조조정도 경영간섭이라는 이유로 번번히 실패했다. 구조조정이 쉽지 않아 덩치만 커진 대우조선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관심 밖이었다. 전날(29일) 채권단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하면서 중대 고비를 넘겼지만, 대우조선 사태를 반면교사로 기업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리ㆍ감독 한계= 대우조선의 부실을 들여다보기에는 산은의 관리 감독 능력은 열악했다. 산은에서 대우조선에 파견한 인력은 최고재무책임자(CFO) 한명이 전부였다. 2009년부터 김유훈, 김갑중, 김열중 전 부행장들이 CFO를 맡았지만, 한명이 대우조선의 재무 상태를 낱낱이 살펴보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본부장은 "1명을 파견해서 대우조선의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산은 출신의 한 인사는 "국책 은행의 인력 구조가 빠듯한 상황에서 파견 인력을 넉넉하게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며 "관리 감독이 느슨해지면서 부실이 발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동현 교수(서울대 경제학부)는 파견 인력 운영에 대한 실패는 결국 산은이 잘못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대주주로서 의무 뿐만 아니라 국민의 돈을 위탁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한계= 채권단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데 제약이 있다. 은행은 자금을 지원해주는 역할일 뿐 경영권에 간섭하면 안된다는 것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속내다. 지난 2006년 신대식 전 재무본부장(부행장)을 대우조선의 감사실장으로 보내 관리ㆍ감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해고된 것도 기업의 저항이 컸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채권단이 할 수 있는 것은 자금지원(뿐) 이다"고 설명한 것도 이같은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창현 교수(서울시립대 경영학부)는 "기업의 저항이 있더라도 산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매물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도 "교과서처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 좋지만, 부실이 발생하면 주주가 노사와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산은의 우수 인력들이 구조조정에 가지 않고 IB(투자은행) 부문으로 가서 경력을 쌓으려고 하는 행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주 축소 없인 민영화 어려워= 대우조선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조9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했다. 그동안 수차례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규모가 너무 커서 시장에서 살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말 수주잔량에서 대우조선은 850만CGT(131척)를 보유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수주잔량이 많아 인력을 줄일 수 없고, 그에 따라 매각이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채권단이 1만3000명의 인력을 1만명으로 감축하고 수주규모를 선박 발주량과 선가 수준을 감안해 적정 수준으로 줄이기로 한 것은 그 때문이다. 윤 교수는 "매각이 가능하려면 사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과잉인력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방만하게 경영하면 누가 사겠냐"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고용창출 효과가 커서 우리를 자르지 못한다는 대우조선 임직원의 사고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저가 수주부터 원칙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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