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총계 -1조8945억 이미 완전자본잠식상태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대우조선해양이라는 큰 산을 하나 넘었더니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STX조선해양이다.”조선업 구조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시선이 STX조선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현안이었던 대우조선에 대해 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일단락되면서다. 대우조선 노조가 동의하는 자구 계획안을 정부가 요구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되지만, 큰 틀에서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 방안은 방향을 잡았다. 문제는 STX조선이다. 채권단이 STX조선을 ‘더 큰 산’으로 보고 있는 것은 부실 규모가 대우조선보다 큰 데다 경쟁력도 취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의 재무상태는 한계기업(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 수준을 이미 넘었고 조선업 경쟁력도 떨어진다”며 “그동안 대우조선에 가려 있어서 그렇지 STX조선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완전자본잠식 STX조선 = STX조선은 지난 6월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본 총계가 -1조8945억원으로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후 채권단이 총 4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는데도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분기 3조원 손실의 발생했지만 지난해까지 흑자를 기록해왔다는 점에서 STX조선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STX조선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장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추가 지원을 하더라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에 대해 채권단은 회의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향후 최소 2년간 STX조선의 흑자 전환이 어렵다”면서 “발등의 불을 끄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야 위탁경영이든 매각이든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본잠식을 해결하기 위해 출자전환이나 감자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STX조선의 경쟁력이 대우조선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도 채권단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등 초대형선박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STX조선은 중형 선박 중심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중형 선박 부문은 중국과 일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서 향후 조선업황이 나아지더라도 STX조선으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어렵다. 수주 잔량에서도 대우조선과 STX조선은 큰 차이를 보인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말 수주잔량에서 대우조선은 850만CGT(131척)를 보유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STX조선은 131만8000CGT(55척)으로 19위에 불과했다. ◆실사 후 구조조정 수위 높일까= STX조선의 주주는 산업은행 48.15%, 농협은행 22.60%, 수출입은행 14.18% , 우리은행 8.42% 등이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안진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에 따라 STX조선의 구조조정 수위를 높이겠다는 속내다. 실사 결과는 다음달 나온다. 채권단은 STX조선에 대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도 검토했지만 건조 중인 선박에 대한 선수금 환급 문제로 보류했다. 일부 채권단은 추가자금 지원에 난색을 보이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STX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이라는 것이다. 신규 수주를 금지하라는 요구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신규 수주를 하면 인력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구조조정도 어렵게 된다”며 “고성 조선소도 과감하게 폐쇄하고,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금융당국도 STX조선의 부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사 결과가 나오면 구조조정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의 자금투입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지속돼 실사를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은행이 판단해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채가 많아 주채권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정관리를 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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