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개월 맞은 신경철 코스닥협회장 안정된 경영 기반 마련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해야구글·알리바바 등 외국 성공사례에 주목[대담= 전필수 증권부장, 정리= 조유진 기자]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초. 신경철 대표(코스닥협회장)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유진로봇은 산업용로봇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비롯해 태평양 건너 미국 모토로라 거래선까지 뚫은 그였지만 외환위기 한파는 비껴가지 못했다. 외환위기 파장이 산업 전반에 퍼지면서 대기업 마저 너나 할 것 없이 설비투자를 극도로 줄이고 있었다. 산업용로봇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며 수주 계약들이 줄줄이 무산됐다. 동종업체들의 80%가 문을 닫았고, 유진로봇도 존립마저 위태로워졌다. 1998년은 매출이 아예 없었다. 이때 뜻밖에도 해외 거래처인 모토로라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모토로라는 원화결제 대신 달러결제로 계약서 조항까지 바꿔가며 유진로봇의 자금줄에도 숨통을 틔웠다. 국내 로봇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상황에서도 모토로라는 유진로봇에 대한 신뢰감 하나에 베팅한 것이다.
신경철 코스닥협회장(유진로봇 대표)
최근 여의도 한국거래소 별관 집무실에서 만난 신 회장은 기업경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위기의 연속"이었다며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부친이 운영하시던 자동차 부품회사를 물려받아 1990년 로봇회사로 재창업했다. 국비 유학생으로 미국 미시간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8년 귀국해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로봇개발팀장으로 공부와 연구만 해오던 그가 벤처창업에 뛰어든 것이다. 연구자 출신 대표로 기술력도 없고 자본력과 영업 네트워크 기반 모든게 부족했다. 신 회장은 "기업경영을 하면서 어려운 적이 한 두번이었겠느냐 만은 창업에 처음 나설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5년 간 '한우물 경영'으로 유진로봇을 시가총액 12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사로 성장시켰다. 그런 유진로봇의 궤적은 코스닥기업들의 성공 모델과도 닮아 있다. 그는 1996년 개설된 코스닥시장이 한국 나이로 딱 20살 청년이 되던 올해 2월 코스닥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코스닥시장은 지난 스무해 동안 외형과 내실 면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7월 코스닥지수는 780선을 돌파하며 7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시가총액도 213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10년 전상장법인 수 884개사, 시가총액 47조3000억원이었던 것이 지난달 말 기준 1109개사, 190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최근 대외악재로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지만 국내 중소기업 및 정보통신(IT), 바이오테크놀로지(BT) 등 많은 기술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을 이끌고 있다. 코스닥 시장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9.2% 비중까지 성장했다. 약 25만명에 달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협회 움직임도 바빠졌다. 회원사들의 지속성장을 위해 중국 진출을 돕고, 유망 스타트업을 선별해 코스닥기업들의 중장기 신사업 모델을 발굴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 대표는 "협회장으로서 기업의 애로사항 등 업계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개선과 규제완화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느끼는 애로사항 중 가장 시급한 것으로는 경영권 방어수단 마련을 꼽았다. 신 회장은 "안정된 기반 하에 정상적인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차등의결권제도와 같은 방어수단 도입은 코스닥시장에도 절실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에는 적극 동의했다. 그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경영을 안정화한 구글,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성과가 뛰어나다"며 "차등의결권 도입을 창업자나 오너 가문 등 선택된 소수에게 기업 지배권을 묶어두겠다는 논리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 회장 가족들과 일가 친척은 유진로봇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기업 경영과 개인의 부(富)는 분리돼야 한다는 철학을 고집하는 것이다. 그는 "지분율 희석을 우려해 주식시장에서 자본 조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회원사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벤처캐피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적으로 돌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섀도보팅제가 2018년 폐지되면서 자칫 주총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주총 결의 요건을 출석주식 기준으로 완화하는 등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관련해서는 과세 형평성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대주주의 범위를 코스피 지분율 1%이상 시가총액 25억원 이상으로, 코스닥 지분율 2% 이상 시가총액 20억원 이상으로 조정했다. 그는 "20억원을 투자했을 경우 코스피기업 주식은 대주주에 해당되지 않아 과세되지 않지만, 코스닥기업은 대주주에 해당돼 양도소득세가 과세된다"면서 "형평성에 맞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리=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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