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온유기자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35)는 레이스로 장식한 드레스 대신 새빨간 미니 원피스와 구두를 신는다. 알프레도를 연기하는 테너 정호윤(38)은 금장 단추로 장식한 무거운 자켓을 벗고 셔츠에 가디건을 두른다. 장영아 씨는 "관객에게 더욱 익숙한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창녀들과 귀족들이 어울려 먹고 마시던 파리의 살롱은 유람선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라 트라비아타'의 현대화 시도는 외적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장영아 씨는 "지금까지 여주인공은 국내 관객에게 '이별에 아파하며 죽음에 이르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다가갔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사랑 이야기에 가린 비올레타의 매춘부로서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고 했다. 연출의 의도는 귀족 남성들이 비올레타에게 성적 폭력을 가하거나 그를 탐하면서도 멸시하는 장면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비올레타는 외모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춤과 노래 솜씨가 뛰어나고 지식과 교양도 갖춘 인물이다. 그럼에도 매춘부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는다. 장 씨는 "여주인공의 인간적인 외로움과 내적 갈등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이리나 룽구가 비올레타의 양면성을 표현할 적임자로 뽑혔다. 화려한 외모 덕분에 이 역할을 110차례나 맡았다. 그는 "가장 좋아하면서도 많이 한 역할"이라며 "비올레타의 삶에 공감한다"고 했다. "소프라노의 삶은 화려해 보이지만 고되고 힘들다. 지금 가장 귀여울 다섯 살 아들과 떨어져 살듯이 많은 것들을 포기하기도 한다."'라 트라비아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다. 유럽 오페라 중 국내 무대에 처음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1948년 1월 16일 서울 명동 국립극장(당시는 시공관)에서 '춘희(椿姬)'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조선오페라협회(국제오페라사의 전신)가 주최했고 소프라노 김자경이 비올레타, 테너 이인선이 알프레도를 맡았다.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 역을 맡은 바리톤 유동직(43)은 "'너무 뻔하지 않냐'는 말들도 하지만 잘 팔리는 물건에는 이유가 있다"며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이야기하면서도 무대를 재창조할 것"이라고 했다. 만 13세 이상. 문의 031-783-8000.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