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1100만대 리콜한다는데…국내는 유해물질 내뿜고 다녀도 막을 방법 없어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눈속임 장치를 장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 1100만 대에 대해 리콜 결정을 하면서 국내에서 판매된 관련 차량 12만여 대도 리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차주가 리콜에 응하지 않고 유해물질을 내뿜고 다녀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1일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차량이 국내에서 12만1038대 판매됐다고 밝혔다. 수입차 배출가스 관련 리콜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폭스바겐 브랜드는 골프와 제타, 비틀, 파사, 티구안, 폴로, CC, 시로코, 투란, 샤란 등 10개 차종 9만2247대로 조사됐다. 아우디 브랜드는 A4, A5, A6, Q3, Q5 등 5개 차종 2만8791대로 집계됐다. 모두 '유로 5(EURO 5)' 환경기준에 따른 차로 유로 5 기준이 도입된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판매된 수치다. 이들 모두가 리콜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세부 분류 과정에서 일부 제외될 수 있다. 국내에서 리콜이 실시되더라도 해당 차량을 소유한 차주가 리콜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리콜을 하게 되면 연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는 연비와 친환경이라는 두 가지 상반되는 조건 중 친환경은 포기하도록 설계돼 있다. 검사를 받을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이 장치가 꺼지면서 기준치의 40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출 가스 저감 장치가 작동되면 연비는 내려가게 돼 있다. 해당 차량을 소유한 차주가 반드시 리콜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신차 구입 후 4년이 지나면 받아야 하는 자동차 정기 검사에서도 디젤 차량에 대해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질소산화물 배출량에 대한 검사는 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 법규는 디젤 차량이 기준치가 넘는 질소산화물을 내뿜고 다녀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되는 인체 유해물질이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2014년 보고서에서 대도시 질소산화물 농도 개선이 미흡한 원인으로 디젤차량이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하는 것을 꼽았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자동차 정기 검사에서 가솔린 차량은 질소산화물 검사를 하지만 디젤 차량은 매연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매연 배출량만 확인하고 질소산화물은 검사하지 않는다”면서 “질소산화물은 차량 판매 승인 전에 실시하는 제작 검사 때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정기 검사에서 디젤 차량에 대해서도 질소산화물 검사를 실시해야 하고 리콜 대상이 된 차주는 반드시 리콜에 응해서 관련 수리를 하도록 강제 조항이 관련 법규에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폭스바겐그룹은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장착된 차량 1100만 대에 대해 조만간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차량 1100만대의 차주에게 며칠 안에 리콜을 통보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리콜은 가속페달 결함으로 2010년 도요타가 시행한 리콜(1000만여대)을 뛰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이다. 리콜에 따른 비용은 최대 200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밝혀낸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폭스바겐에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312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리콜 비용과 미국 환경청의 벌금액수를 합한 금액만 55조 원이 넘는다. 다른 나라 정부에서도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확인되면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고, 각국 소비자들의 줄 소송도 예고되고 있어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물어내야 할 돈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환경부는 폭스바겐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 1일부터 국내 판매차량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 이날 오후 2시40분부터 4시까지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실시되는 이번 시험은 차량 운행의 일정한 조건을 주고 얼마나 배출가스가 나오는지를 검사하는 '인증시험'이다. 환경부는 오는 6일 실도로조건 시험을 실시하고, 인증시험 결과와 비교해 국내 판매 차량에서도 배출가스가 조작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최종 결과는 오는 11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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