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적절한 시기에 발아하도록 조절한다

국내 연구팀, 발아 시점 조절 가능한 매커니즘 밝혀

▲휴면 상태의 배아(왼쪽)와 휴면기를 지나 싹을 틔운 종자.[사진제공=미래부]<br />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작물의 발아 시점 조절 매커니즘을 밝혀냈다. 어린 식물이 버틸 수 없는 환경에서 일찍 발아해버리는 '잘못된 시작'을 막아주는 식물 호르몬 앱시스산(ABA)을 수송하는 단백질(수송체)과 그 수송 매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수확물의 품질 향상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ABA(Abscisic acid)는 종자의 발아억제, 휴면촉진, 낙과촉진 등을 유발하는 호르몬이다. 종자의 발아는 식물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첫 단계이다. 배아는 성장에 좋은 환경(물, 햇빛, 온도, 등)이 갖춰졌을 때에 발아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견고하게 보호받는 종피 안에서 휴면 상태를 유지한다. 부적절한 환경에서 휴면상태 유지를 위해 종자는 외피에 있는 배젖에서 식물 호르몬(앱시스산)을 합성해 배아 쪽으로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이를 통해 배아의 성장을 억제한다. 그동안 이 호르몬이 어떻게 배아까지 전달되는지 학계에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앱시스산을 배젖에서 배아로 수송하는 단백질 수송체를 찾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해 10개의 후보 수송체를 선정했다. 이들 수송체의 돌연변이 종자를 수집해 야생종과 발아정도를 비교함으로써 4개의 수송체가 호르몬 수송에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수송체 중 두 가지는 배젖의 세포막에 위치해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나머지 두 가지는 배아의 세포막에서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수행하며 이들이 상호 협동해 종자의 휴면상태를 유지시킨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종자의 휴면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앱시스산의 수송 원리를 밝힘으로써 이를 종자 품종개량사업에 응용해 작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벼의 수발아 현상과 같이 완숙기에 들어간 종자가 이삭에 매달린 상태에서 일찍 발아해 버리는 현상은 곡물 생산에 큰 피해를 준다. 이런 수발아 현상이 일어나면 생산성이 감소할 뿐 아니라 품질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이번 연구는 포항공과대학교의 이영숙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결과는 생명과학분야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9월3일자 온라인판(논문명 : Abscisic acid transporters cooperate to control seed germination)에 실렸다. 이영숙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발아 억제 유전자들을 이용하면 휴면 상태를 더 잘 유지하는 돌연변이 종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각종 종자 품종 개량사업에 응용하면 시기에 맞지 않는 발아 때문에 농산물의 상품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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