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ㆍ대우조선ㆍ현대重, 업계 불황에 적자만 떠안아 정리대상 1순위-사업매각ㆍ청산 검토
▲현대중공업이 제주 김녕풍력발전단지에 설치한 5.5MW급 해상풍력발전기 시제품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김혜민 기자]"신규사업의 하나로 풍력사업에 투자를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굉장히 골치가 아파졌다. 시장상황을 보며 축소할 건 하고, 이것을 없앨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크게 이바지하는 부분이 없고 수요가 줄어 자생도 어려운 상황이라 좋은 원매자가 나오면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풍력사업은 현재 수익성이 전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청산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가삼현 현대중공업 부사장)국내 조선업계 3사가 야심차게 뛰어들었던 풍력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조선3사가 2010년부터 신재생에너지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사업 초기단계라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다. 게다가 최근 조선업 불황으로 비핵심자산 매각 이슈와 엮이면서 정리대상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것. 이에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풍력사업 축소 및 철수를 검토 중이다.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009년 신설한 풍력사업부를 6년 만에 팀 규모로 축소했다. 수장도 부사장에서 부장급으로 내려갔다. 독일에 있는 풍력전문 R&D센터인 유럽연구개발센터도 2012년 설립, 지난해 9월 프랑스 알스톰에 매각했다. 불과 2년 만에 없앤 셈이다. 대규모의 돈이 투입되는 연구개발에는 더 이상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남아 있는 건 강원도 정선에 있는 육상풍력단지 정도다. 당분간은 이를 운용하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둔 채 업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15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조선해양의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풍력사업은 시장거래가 거의 없어 투자를 많이 해놓고도 놀고 있는 형편"이라며 "기름값이 더 내려가면 시장력은 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축소할 건 하고 이걸 없앨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 2010년 풍력발전기 기어박스 전문제작사 '야케'를 인수하며 풍력사업에 뛰어든 현대중공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부채 1030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단돈 1유로에 야케를 인수했다. 단기적인 부채보다 향후 시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케는 2011년 411억원, 2012년 351억원 적자를 내고 2012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에 풍력사업 및 태양광 사업을 주관하는 부서인 그린에너지사업본부 실적도 악화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그린에너지사업본부를 신설하며 풍력사업에 발을 내디뎠지만 이 조직은 3년 만에 직원규모가 40% 가까이 줄었다. 2011년 330명에서 올 상반기 200명으로 급감한 것. 그린에너지사업본부 실적을 보면 2012년 1063억3300만원, 2013년 1031억55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적자폭이 줄어 165억3200만원 손실에 그쳤지만 이는 태양광 사업에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손익이 나기까지는 당분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미래 성장동력이 '골칫거리'로 전락한 꼴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야케 청산을 검토 중이다.가삼현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풍력사업과 관련한 본지 기자 질문에 "굉장히 힘들긴 하다"면서 "현재 수익성이 전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청산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대우조선해양도 최근 비핵심자산 매각 방침에 따라 풍력사업을 맡고 있는 '드윈드'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2분기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데 대해 본사 사옥을 포함한 비핵심 자산을 모두 팔겠다고 나선 데에 따른 결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미국의 풍력업체 드윈드사를 인수하면서 풍력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드윈드사를 2015년에 세계 10위권, 2020년에는 세계 3위권 풍력업체로 키우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출 6년 만에 철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 3사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새 먹거리사업이 동시에 위기를 맞았다. 애초 조선업계가 풍력에 뛰어들 때부터 의아해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조선업황이 최악이라 새로운 먹거리 창출 차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조선업계 관계자는 "2009년 발주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아 그 와중에 나온 게 풍력발전기설치선(해상에 풍력발전기 설치하기 위해 동원되는 선)이었다"며 "그 시점에 맞춰서 풍력이 향후 시장성이 밝다고 판단, 다들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는데 2013년부터 육상풍력에서는 경쟁사에 치이고 해상풍력은 기술력이 안 따라주는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려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 역시 "정권 따라 무분별하게 따라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당시엔 그게 답이었다"며 "2009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액 40억달러였는데 이게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이후 조선3사가 풍력사업에서는 답이 없다고 보고 그만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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