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정개특위…'선거구획정기준' 공은 지도부로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용할 선거구획정기준이 결국 여야 지도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선거구획정기준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비율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등과 연계 논의가 불가피해 선거구획정기준 마련 지연에 따른 혼란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7일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선거구획정기준에 대한 의결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다. 여야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농어촌 대표성 확보와 비례대표 의석수 유지 문제가 충돌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의석수(54석)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의석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무성 대표는 28일 의원총회에서 "헌재 결정은 존중하지만 지역구 수를 줄이는 것은 맞지 않다"며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지역 대표성은 훼손돼선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김영우 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여야들 떠나 집단 반발에 나섰다. '농어촌 지방주권 지키기 의원모임'의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1개 선거구에 5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가 포함되고 최소 선거구 면적의 800배가 넘는 기형적인 선거구 형태로 재편될 위기에 있다"고 비판했다.황 의원은 이어 "19대국회 선거구 중 인구기준 하한에 미달했던 세종시 선거구를 특별선거구 형태로 운영한 전례가 있는 만큼 '농어촌지방특별선거구'를 신설할 것은 당과 국회에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농어촌 지방주권 지키기 의원모임'에는 여야 의원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황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 내에서 협상이 제대로 안될 경우에는 여야 대표 간, 혹은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2+2 회담' 형태로 최종 결정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개특위 논의에 대해 반발하는 건 야당 소속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정개특위 여야 간사가 잠정 합의한 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모든 걸 위임할 경우 농어촌 의석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강창일 제주도당 위원장, 유성엽 전북도당 위원장, 황주홍 전남도당 위원장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지역구 의석을 줄여서라도 비례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제기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우리 당이 충분한 당내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그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우리들은 우려를 금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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