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덮는 동성애 코드…'프라이드'와 '베어더뮤지컬'로 알아보기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임온유 기자] 무대 위에서 성(性) 소수자들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 뮤지컬 '라카지', '프리실라', 연극 '엠, 버터플라이' 등 2014년 공연계를 점령한 동성애 코드가 올해로 이어지고 있다. 연극 '프라이드'는 지난해 객석 점유율 90%에 힘입어 다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재관람률 87%를 기록하며 앙코르 공연을 기약하고 있다. 레즈비언의 사랑을 다룬 연극 '스탑 키스'는 남자들 간의 사랑이 주를 이루던 공연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다.

'프라이드'

◆'프라이드'=1958년과 2015년을 넘나든다. 영국 극작가 알렉시 캠벨은 과거와 지금을 비교ㆍ대조하며 게이 커플 필립과 올리버의 사랑이 어떻게 다르게 그려지는지 조명한다. 무대는 변하지 않는다. 전광판 속 숫자가 1958에서 2015로 바뀌고 올리버가 셔츠와 빨간색 멜빵 대신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입을 뿐이다. 그럼에도 관객은 두 시대를 헷갈려하지 않는다. 대사 속 고민의 주제가 명확하게 다르다. 1958년, 필립은 자유로운 동화작가 올리버와의 사랑을 부인하고 밀어낸다. 그는 동성애를 병으로 여기는 전통적 가치관과 싸운다. 2015년, 필립은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를 반복하는 올리버와 이별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지만 올리버의 개방적인 성적 가치관과 싸운다. 진정어린 대사는 관객이 1958년을 산 '게이'들의 고민과 고뇌를 이해한다. '프라이드'는 동성애의 역사를 개인의 인생으로 펼쳐놓는다.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이 등장인물의 고민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게 한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성적 소수자는 어느새 그저 똑같은 인간이 된다.

'베어 더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가톨릭 기숙학교 속 피터와 제이슨의 사랑을 다룬다. 사랑을 알리고 싶어 하는 피터와 이를 막아서는 제이슨의 미묘한 대립에서 출발한다. 고백을 갈구하는 가슴앓이와 베일이 벗겨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거듭 충돌하면서 극의 갈등이 고조된다. 동성애와 혼전임신, 외모, 루머 등 청소년의 성장통을 두루 보여준다. 그 속에서 동성애는 그 세대가 겪을 수 있는 극한 갈등의 일부가 된다. 초점이 흐려 뮤지컬이 전면에 내세운 동성애에 대한 성찰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극의 재미를 더하는 화려한 군무, 쇼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과 조명도 청춘들의 사랑과 열정에 더 맞춰져 있다.분명 각 작품마다 주제를 그려내는 방식과 완성도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동성애 코드는 이제 하나의 흐름이다. 성적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움직임이 뻔한 로맨스보다는 색다른 콘텐츠를 추구하는 관객 성향과 맞물린 결과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46)는 "공연은 영상매체에 비해 윤리적 기준이 좀 더 개방적이다. 영상이 다루지 못하는 금기시되거나 익숙하지 않은 소재로 사람들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준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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