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풍토에는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인정하는 문화가 부족하다. 지향하는 목표에 공통점이 있더라도 방법론이 다르면 이를 인정하지 않고 폄훼하는 게 보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70주년 기념 축사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 대한 여야의 쌍방 비판은 단적인 예일 것이다.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축사에서 거듭 경제를 강조했다. 미래 성장 엔진으로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그 토대로 공공ㆍ노동ㆍ금융ㆍ교육개혁 등 4대 개혁을 제시했다. 또 인구 5000만 이상 되는 국가 중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소위 '5030클럽' 국가는 지구상에 여섯 나라뿐인데 한국이 7번째 5030클럽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날개를 완성시키자고 제안했다. 남북관계와 관련, 평화통일을 이룬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난 8000만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 다음 날인 16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통일경제론'을 주창했다.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이루면 세계 4번째로 '3080(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ㆍ인구 8000만명)클럽'에 들어가고 3%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5%대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게 골자다. 그는 이 같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실현을 위해 환황해경제권과 환동해경제권, 남북 및 북미간 '2+2'회담의 병행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방법은 다르지만 광복 70년을 넘기며 다시 한번 통일 의지과 경제의 도약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 도약을 위해 당장 시작해야 할 개혁을 강조했고 문 대표는 장기 비전에 초점을 맞추었다. 길게 보면 두사람의 지향점은 일치한다. 경제 성장과 통일을 지향하고 궁극적으로 남북 8000만 인구가 3만달러, 나아가 5만달러의 소득을 올리자는 공통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여야는 박 대통령의 경축사와 문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혹평하기만 했다. 새정치연합은 "실망스럽다", "미흡하다"고 비판했고 새누리당은 "뜬구름 위에 집을 짓는 대권행보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상대방의 말에 귀를 막는 여야의 이 같은 반응은 통일된 선진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당위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상대의 주장, 그 주장의 가치를 인정하는 어떤 모습도 없었다. 그런 속 좁은 단견의 정치권 행태가 경제를 어렵게 하고 통일을 멀게 하는 것임을 여야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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