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 이희호 방북, 원칙과 융통성 사이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이희호 여사님, 연평해전 사과받아 오세요."5일 오전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일부 보수단체의 피켓 시위에 등장한 문구다.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평양 방문을 두고 여러 의미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욕심이 있다고 할 수 없는 94세의 노구를 이끌고 방북길에 오른 이 여사의 출경길을 막아선 일부 보수단체의 시위는 마뜩잖다. 방북 전날에는 괴단체에서 비행기 폭파 협박까지 했으니 우리 사회의 스펙트럼이 과연 어느 정도 넓은지 아연실색케 한다.이 여사의 방북을 비판적으로 보는 세력 때문일까. 정부도 이번 이 여사의 방북을 '개인적인 차원의 방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실제 통일부는 대북 메시지는 없다고 누차 확인했다. 나아가 정부는 이번 방북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전 정권 인사의 동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방북 목적에 맞게 방북단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돌파구를 당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것도 전 정권 인사들이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부는 책임 있는 당국 간 채널 간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얼마든지 융통성을 발휘해봄직도 했다. 모처럼 찾아온 저명인사의 방북을 남북 해빙으로 연결할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이 여사의 전세기가 서해 상공에 있을 시간 박근혜 대통령은 경원선 복원공사 기공식에 참석해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임기 반환점에 선 박 대통령으로서도 진전 없는 남북관계가 답답할 수 있다. 원칙은 물론 중요하지만 대승적인 포용력이 필요해보인다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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