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부회장, 동생 해임 및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한 辛 지시서 공개신동빈 회장, 中 투자 및 1조 손실 보고 누락한 점이 아버지 대노 이유신동빈측 "보고 모두 했다"…총괄회장 판단력 흐려진 상태서 장자가 악용 주장[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롯데가 2세 형제갈등 배경으로 신 총괄회장에 대한 보고여부 및 내용의 진위여부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신 총괄회장에 대한 보고체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틀 전 '적진'인 한국으로 건너 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동생 신동빈 회장을 경질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대규모 손실을 가져온 중국 사업 보고누락이라고 했다. 아울러 자신이 해임될 때도 동생의 음해 보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그 간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결론난 것으로 알려진 '후계자=신동빈'라는 세간의 공식을 단번에 흔들었다. '장남의 반란이 아닌 차남의 반란이었나'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차남을 해임한다는 아버지의 지시서를 공개한 신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라면 신 총괄회장은 암묵적 후계자로 불린 차남 대신 장남을 선택했다. 신 회장측은 모두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강력 반박했다. 한국 롯데그룹은 중국사업이 아버지의 지시에 의한 것이며 보고도 계속 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판단력이 흐려진 신 총괄회장을 신 전 부회장이 악용하고 있다는 점을 그룹의 공식 입장으로 내놓고 있다. 형제간 치열한 암투에 '정정하다'던 창업주의 판단력까지 하루아침에 물음표가 달려버린 셈이다. ◆매일 보고 받으며 현안 챙긴 辛 중국사업 적자 보고 받았나= 신 총괄회장은 거의 매일 계열사 사장으로부터 현안과 실적을 보고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이 직접 임직원들에게 전화해 물어보고 언론 기사 등을 찾아본 뒤 관련 보고가 빠져있으면 크게 대노해 그룹직원들이 꼼꼼하게 보고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런 성격에 미뤄 중국사업 손실 누락은 본인에 대한 도전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신 전 부회장은 30일 신 총괄회장이 한국 주요 임원들을 해임했다고 밝히고 그의 지시서를 공개하면서 동생이 아버지에게 보고없이 투자한 중국사업에서 1조 손실을 봤고 이 역시 보고를 누락했다는 점을 알고 아버지가 대노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시서 안에 자신을 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임명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4년말 한국 롯데계열사 지분을 보고없이 매입해 아버지에게 미움을 사 자리에서 밀려났다고 알려져 있다. 신 전 부회장도 자신이 당한 것과 똑같이 동생이 대규모 손실 사업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격의 근거로 들고 나온 것이다. 결국 분쟁의 내막에는 신 총괄회장이 후계자 덕목으로 가장 중요시한다는 경영능력이 자리잡았다는 얘기가 된다. 롯데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중국 사업이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데다 총괄회장에게 모두 보고가 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신 총괄회장은 최근까지도 계열사 업무보고를 받고 있었다.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한 것처럼 아버지에게 보고하지 않고 투자하고 보고를 누락했다는 얘기는 말이 안된다는 것이 롯데의 설명이다. 또 1조 손실도 정확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롯데의 중국 진출은 오래됐다.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총 20여개의 계열사가 중국서 사업 중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투자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신 회장이 2018 비전 선포를 하면서 중국에서 인수합병(M&A)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며 투자액도 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사업 손실을 전체 계열사 누적으로 하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신 총괄회장에게는 모두 보고가 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롯데는 20개국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꽤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은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롯데마트가 중국 산둥성 매장 5개를 폐점키로 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열쇠 쥔 '辛' 판단력 흐려졌나=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즉, 멀쩡한 상태에서 신 회장의 해임을 지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롯데 측은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졌으며 장남이 이를 악용해 지난 27일 신 회장 해임 사태부터 지시서 작성까지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롯데그룹이 공식적으로 총괄회장의 판단력을 의심했다는 점이다. 롯데는 최근까지 신 총괄회장이 고령임에도 매일 사업보고를 받을 만큼 총기가 있으며 건강하다고 밝혀왔다. 매년 터지는 신 총괄회장의 치매설과 건강이상설도 적극적으로 부인해왔다. 하지만 신 회장에게 불리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갑자기 판단력이 의심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 주장대로 신 총괄회장의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워낙 고령인데다 신 총괄회장이 가장 금기시해 온 아들간 다툼의 중심에 서면서 급격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8일 저녁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포착된 신 총괄회장의 상태는 그다지 온전해 보이지는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신 전부회장 측은 아버지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엇갈린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워낙 고령이기 때문에 기억을 잘 못하거나 깜빡할 수는 있지만 판단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의 유무와 함께 31일 예정된 롯데家 가족회의가 어떤 얘기가 나올 지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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