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방법·금액·재단 구성 등 3대 핵심 사안에 이의제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권고안을 내 놓은 가운데 3개 협상 주체자 중 하나인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가 이의를 제기했다. 현재 반올림측은 권고안에 대해 큰 틀에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삼성전자는 회사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권고안에 포함돼 있다고 밝혀 가대위의 이번 이의 제기가 조정과정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대위는 30일 입장자료를 통해 “조정위가 훌륭한 권고안을 제시해주셨지만 3가지 사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수정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가대위가 이의를 제기한 사안은 ▲공익법인에 의한 보상원칙 ▲권고안 제 5조 중 보상액 ▲제2조의 공익법인 설립 발기인과 이사회 구성 등이다.우선 가대위는 공익법인을 설립, 법인에 보상을 신청하는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이 오랜 기간 기다려왔기 때문에 하루라도 빠른 보상이 필요한데, 공익법인이 설립되고 그곳에 보상을 신청하려면 아직도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이에 따라 가대위는 수정안으로 '당사자협상 우선의 원칙'을 제시했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보상대상자가 올해 말까지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해 보상문제를 매듭짓되, 그 때까지 타결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경우에만 건강재단 등에서 보상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희망했다. 당초 반올림에서 함께 활동하던 가대위가 별도의 조직으로 떨어져 나온 배경이 신속한 보상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가대위의 입장 발표는 당연한 수순이다. 가대위는 수차례 조정 과정서도 당사자 우선 협상을 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액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액으로 책정된 사망자 보상에 비해 '요양 중인 사람'의 보상액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고, 일반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상액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는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다. 가대위 관계자는 “조정과정에서 피해자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보상 문제도 당초 피해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협소하게 반영된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 당사자가 조정과정에 참여했지만 보상 방법과 액수에 대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권고안에서 보상 액수와 관련해서 상세한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가대위의 우려처럼 공익 재단이 설립된다 해도 피해 당사자들은 다시 한번 보상 기준과 보상액을 놓고 공익 법인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공익법인 설립 발기인과 이사회의 구성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협상의 주체인 가대위, 반올림, 삼성전자가 추천하는 이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권고안에서 협상의 당사자인 피해자 가족들과 협상 주체인 삼성전자는 아예 빠져있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대위는 "아울러 공익법인의 형태가 바람직한지, 아니면 건강재단 등 다른 형태가 바람직한지에 관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은 의견을 토대로 원만한 추가조정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가대위가 이같은 입장을 밝히며 조정위원회가 7개월 동안 3개 주체의 의견을 조정 권고안에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대위가 지적한 보상의 방법, 보상액, 공익법인 설립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권고안에 담긴 핵심 사안에 대해 모두 이의를 제기한 것과 다름없다. 이번 백혈병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가대위가 이처럼 권고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백혈병 문제 해결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반올림이 권고안에 대해 큰 틀에서 만족감을 표시한 반면 가대위는 핵심사안에 대해 반대했고 삼성전자 역시 수차례에 걸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사안이 권고안에 대거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앞서 말했듯이 회사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권고안에 포함돼 있는 만큼 권고안을 심각하게 고민중이라는 것 외에는 현재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가대위가 조정위의 권고안에 대해 서운함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면서 “실제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은 전혀 권고안에 반영되지 않고 보상 기준 등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익법인 설립에 대한 계획만 상세히 밝혀 협상 당사자들을 위한 조정이 아닌 조정위의 일방적인 권고안이 돼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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