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영화 '살인의 추억' 포스터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일명 '태완이법'으로 불리지만 정작 김태완군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에 따라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1999년 5월20일 대구 효목동 골목에서 '황산테러'를 당한 김태완군은 끝내 숨을 거뒀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도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공소시효마저 만료됐다. 16년간 아들 죽음의 진실을 찾아 나섰던 어머니의 집념은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비록 자기 아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김군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은 역사에 의미 있게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한국의 형사소송법은 '태완이법'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됐다. 이제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공소시효 만료에 따라 법의 추적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어지게 됐다. 국회가 '태완이법'을 2000년 이후 사건에 적용하는 것으로 '소급'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법의 안정성을 위해 '소급 입법'은 자제해왔는데 이번에는 소급 적용을 명문화했다. 그만큼 태완이법 시행은 파격적이고 부담도 뒤따른다. 수사당국이 법 개정에 걸맞은 변화와 실천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동안 영구미제 위기에 몰렸던 사건들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늦었지만 그렇게라도 다시 사회적인 관심 대상이 되고, 수사기관들의 재수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특정 시점이 지나면 영원히 범인을 잡지 못한다는 절박감의 공유가 여론을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소시효 폐지로 상황은 달라졌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시간의 여유를 확보했지만, 거꾸로 과거와 같은 '절박한 마음'으로 수사에 임할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더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제도의 변화가 곧 실질적인 변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변화를 수월하게 하는 환경을 마련해줄 뿐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과 같은 사건을 과거에만 존재하는 진짜 추억으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해 단 한 건의 '영구미제'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수사기관의 절박한 마음과 그에 따른 실천 아닐까.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