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방분권 강화' 자치구 재정지원 확대(종합)

박원순 서울시장, 21일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 발표

▲'자치분권 실천' 협약서에 서명한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왼쪽에서 5번째)과 시 산하 구청장들(사진=원다라 기자 supermoon@)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서울시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 강화를 위해 산하 25개 자치구에 교부금 2862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아울러 자치구에 재정과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등 지방자치 활성화를 추진키로 했다.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오전 11시 시청에서 산하 자치구 구청장들과 함께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을 발표했다.지난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부활하면서 20년째 지방자치제도가 실현되고 있지만, '2할자치'라는 냉소적 평가가 있을 정도로 여전히 지방자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복지서비스 등이 확대되며 각 시·군·구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지만, 시 산하 25개 자치구의 경우 평균 재정자립도가 31.5%에 불과한 데다 권한과 책임 또한 한정적인 상황이다.박 시장은 이와 관련해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한 지방자치의 실현이야 말로 지방과 국가의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는 길"이라며 "진정한 지방분권의 도약을 위해 팔다리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서울시가 먼저 자치구를 지원하겠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이번 결정에 따라 시는 기초 지자체의 자치권 강화를 위해 재정·권한을 자치구에 대폭 이양한다.우선 시는 자치권 강화의 핵심요소인 재정확충을 위해 자치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한다. 각 자치구의 기본적인 행정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기준재정수요'는 97.1%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이를 100%까지 확대하기 위해 2862억원(자치구 평균 199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이에 따라 현행 21% 수준인 자치구 조정교부율은 22.78%까지 확대된다. 아울러 자치구의 기준재정수요충족도에 대해 시와 자치구가 공동연구를 실시, 적정한 행정서비스를 재정계획에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또 복지서비스 강화를 위해 올해 복지비 미편성분 1203억원 중 645억원을 올해 조정교부금 추경예산으로 편성, 자치구에 지원키로 했다.자치구의 권한 및 책임강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시는 자치구와 함께 '서울 자치분권협의회'를 정례화해 상호 소통·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실무협의기구로 자치영향평가협의회, 자치분권실무위원회를 두고 분권에 대한 실무 협의를 진행한다.또 시는 '자치영향평가제도'를 도입, 시가 벌이는 신규사업과 자치법규 재·개정이 자치구에 행·재정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협의한다.아울러 시는 자치구에 적합한 생활밀착형 사무는 권한을 적극 위임키로 했다.우선 시는 소규모 공원 지하공영주차장 건립 심의권한, 가로수 바꿔심기 심의대상 일부,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흡연 단속 권한 등을 즉시 위임할 계획이다. 또 시는 '생활밀착형 권한위임 TF'를 구성, 지속적으로 권한 위임과 관련한 과제를 발굴한다.이밖에도 시와 자치구는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중앙정부에 진정성 있는 실천과 인식변화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유덕열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장(동대문구청장)은 "이번 합의를 기점으로 구청장들은 자치분권의 선도적 모델은 물론, 전국 시장·군수·구청장과 함께 중앙정부의 인식변화와 자치분권을 이끌어나가겠다"며 "특히 불합리한 국세·지방세의 비율(현행 8대2)을 수정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박 시장은 "오늘 합의는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이라는 공통 인식을 토대로 시와 자치구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마련된 것이라 의미가 크다"며 "특히 재정은 자치분권의 핵심으로, 의지의 문제고 실천의 문제인 만큼 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방자치의 새 역사를 쓴다는 취지로 통 큰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한편 강남구는 이번 시와 자치구에 협약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날 강남구는 보도자료를 내고 "박 시장은 직접 시부터 자치구에 재정과 권한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내려놓겠다는 권한은 찾아볼 수 없고 사전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합의문을 발표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실질적인 내용이 전혀 없는 서울시의 ‘자치분권 실천약속’에 강남구는 동참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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