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긴급진단<中> 기금운용본부 독립論의 이유
공단 아래 놓인 지배구조의 문제급변하는 세계금융시장…투자전략 역동성·유연성 저하미국·캐나다·네덜란드 등 연기금, 두자릿수 수익률 기록배당확대 정책 발 맞추고 의결권 행사 차원서도 독립 필요[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정준영 기자] "사실 제가 몸담고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말할 수 없었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따로 독립해 경쟁력을 키우는 게 맞습니다. 무조건적인 반대를 할 사안이 아닙니다."국민연금공단 전 고위 관계자 A씨는 이렇게 털어놨다. 재직 시절에는 정치권과 정부는 물론 내부 직원 눈치를 보느라 소신 있게 나서지 못했지만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문제는 뒤로 미룰 일이 아니라는 얘기였다.올해 국민연금의 최대 화두는 기금운용본부 독립이다. 기금 자산 500조원을 굴릴 기금운용을 공사화해 자산 운용을 전담시키고, 공단은 연금 수급을 관리하는 이원화 체제를 갖추자는 것이다. 사실 2008년 정부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꺼내놓은 이래 수년간 해묵은 이야기다. 고령화 사회로 가속하면서 노후 소득 보장성 강화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연금 소진 시기와 맞물려 수익률 제고 필요성과 기금운용의 안정성은 늘 충돌해 왔다.정부는 독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연구 용역을 맡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21일 발표한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은 크게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기금운용위원회 상설기구화 ▲국민연금정책위원회 위상 및 전문성 강화를 담고 있다.우선 기금운용본부를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의 기금운용공사로 떼어내 조직 전체를 투자 조직화하자는 게 보사연의 견해다. 공사 사장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구성된 사장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하고, 민간 위원장이 기금운용 전문가와 꾸리는 상설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투자 정책을 수립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를 통해 자산배분 결정의 독립성ㆍ전문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또 복지부 차관이 아닌 장관이 주재하는 정책위를 통해 연금 관련 정책을 총괄하도록 할 방침이다.무엇보다 기금운용본부 독립의 최고 목표는 수익률 제고다. 미국ㆍ캐나다ㆍ네덜란드 등 주요 연기금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해 온 반면 2013년까지 최근 5년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6.9%로 성적표가 초라하다. 원종욱 보사연 미래전략실장은 "기금운용 조직의 공사로의 분리 독립은 해외 투자를 늘려야만 하는 당위성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며 "기금위원회의 전문성 제고와 기금 공사화를 추가적인 위험의 추구로 보는 시각은 극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독립 찬성론자들은 국민연금 아래에 놓인 지배구조 자체가 기금운용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최대 걸림돌이라고도 지적한다. 운용 인력을 뽑더라도 공단 이사장과 주무 부처 승인을 거쳐야 해 유기적인 투자 조직 구축이 어려울 뿐 아니라 이는 투자 전략 수립에 있어서도 저해 요인이라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의 한 운용역은 "공무원을 웃전에 두고 갖은 규제 아래 운용 계획을 세우려다보니 적시적소에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 이사장 평가 항목에 운용 실적을 반영하다보니 이사장의 간섭도 적지 않아 독립성 보장이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차원에서도 독립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만 전체 기금 자산의 20%(100조원) 가량 투자, 주요 상장사의 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정부 배당 확대 정책과 맞물리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측면에서도 역할이 막중하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의 경영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운용 부서와 조직 부서를 분리하고 운영위원을 금융 전문가로 구성하는 등 독립성을 확보할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독립 반대론자들은 독립과 수익률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을 위험에 지나치게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은 "똑같은 사람이 투자를 하는데 기금운용공사를 만든다고 해서 수익률이 올라가겠느냐"고 반문했다.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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