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1년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 국책연구기관 소속 한 연구위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켜봐야 한다고 한 대상은 상가권리금을 법제화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보호법)'의 시행이 가져올 부동산시장의 변화상이다. 이 법은 시행된 지 오늘로 64일이 됐다. 1년의 겨우 6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이 지났지만 권리금을 두고 부동산시장에서는 빠른 속도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임대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시행됐지만 이를 비웃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임대인, 임대인과 권리금 배분 문제로 밤잠을 못 이루는 임차인, 뒤에 올 임차인과 시설권리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임차인까지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전엔 볼 수 없었던 현상마저 보인다. 발달된 상권이 아니어서 권리금이 없던 곳에서 권리금을 후속 임차인에게 요구하는 '억지 권리금'이 생겨났다. 권리금을 많이 받도록 도와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권리금 브로커'도 등장했다. 그야말로 "뒷 사람 털어서 앞 사람 주머니 채워 주는 행태"가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영업 창업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다년간 헌신했던 직장에서 받아나온 퇴직금을 털어넣었건, 덜 먹고 안 입으며 모은 종잣돈을 쏟아부어서건, 대박을 꿈꾸며 '가게'를 여는 '사장님'이 수시로 생겼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자영업의 시대'다. 이들에게 권리금은 액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를 둘러싼 갈등이 있고 피해가 있다면, 특히나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법이라면 법 시행 초기이니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은 신중함보다는 안이함에 가깝다. 하지만 법안 개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정책브레인은 "법 시행 이전에 피해가 더 많았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소한 부작용은 있겠지만 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는 의견을 내놨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상황을 헤아려 만족시키고 이롭게 하는 법률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시행 이전과 같은 피해를 누군가 당하고 있다면 그 법에는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신속하게 대안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으며 해결할 시기를 놓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높다. 보호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일부 영세임차인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보호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전통시장 임차인들과 중산층 임차인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보완입법을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개정 절차를 미룰 이유는 없어 보인다. 미온적인 정부가 답답했던지 서울시가 먼저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달 9일 법무부에 보호법 개정 건의안을 제출했다. 법무부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관련법의 개정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임차인 보호라는 과제에 대해 입법 주체인 국회가 먼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정부도 그 결과를 고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하루 매출에 울고 웃으며 가게 월세 충당을 위해 고뇌하는 수많은 임차인들에게 향후 몇 달이나 1년은 너무 긴 시간이다. 부족하고 미흡한 법률을 보완하는 일에 너무 이르고 성급하다며 나무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상황을 좀 더 보겠다"든가 "좀 더 기다리라"는 메시지에 다수 국민들은 이미 충분히 지쳤다. 보호법의 보완입법이 시급히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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