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법원 '정부, 온실가스 감축목표 더 높여라'

정부 온실가스 17% 감축방침 소송…법원 '최소 25%로 높여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최근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의 한 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이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어 주목된다. 헤이그의 한 법원이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더 높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현재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 수준보다 최대 17% 줄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헤이그 법원은 2020년까지 네덜란드 정부는 1990년 배출량의 최소 25%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2013년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인 우르젠다 파운데이션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우르젠다는 900명에 가까운 네덜란드 시민을 대표해 정부 상대 소송을 제기했다. 헤이그 법원은 정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최소 25%는 낮춰야 한다며 최소 25%가 폭염을 피하고 해수면 상승과 홍수를 예방하기에 정당한 수준이라고 판결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에 사는 인구가 25%에 이른다. 법원은 또 선진국은 2020년까지 1990년 수준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5~40%씩 낮추도록 하는 국제 규범이 있다고 강조하며 최대 17% 줄이겠다는 정부 방침은 이러한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201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합의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을 제2차 온실가스 감축공약기간으로 설정하고, 온실가스를 1990년에 비해 25~40%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당시 합의 내용을 준수할 수 없다는 국가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이번 헤이그 법원의 판결로 유럽 내에서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헤르벤-얀 헤르브란디 네덜란드 유럽의회 의원은 "역사적인 판결이 내려졌다"며 "이번 판결은 네덜란드는 물론 유럽과 전 세계에 상당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번 판결에 항소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인프라건설·환경부 장관인 윌마 만스벨드는 "기후변화를 막는 것은 최대한 많은 국가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할 때 가장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결국 이 문제는 네덜란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앞서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출하고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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