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10억원 재정보조금 놓고 버스조합과 송사 벌이다 '유야무야'...'밀실 뒷거래' 의혹 나와...전문가들 '준공영제 부실 운영 대표적 사례' 지적
버스. 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10억원 규모의 돈을 놓고 송사를 벌이던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뚜렷한 이유 없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보조금 지급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툼을 벌이다 돌연 소를 취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정보조금이 허술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하고 나섰다.최근 시가 버스 요금을 대폭 인상하며 적자보전금 증가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론 준공영제를 허술하게 운영하면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입증해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는 조합과 두 차례 재정보조금 관련 소송을 벌이다 최근 취하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시작은 조합이 먼저 했다. 조합은 2013년 시를 상대로 버스기사 인건비 60억원 추가 지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시는 이 인건비 60억원이 버스준공영제의 표준운송원가 제도에 따라 업체 측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것으로 봤다. 표준운송원가 제도는 실비 보전을 원칙으로 하되 정산이 어려운 일부 항목은 '표준 원가'를 정해 지급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업체 측이 자체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소송이 제기되자 시는 적극 반격에 나섰다. 그동안 버스업체들에게 '표준정산' 원칙에 따라 지급했던 보험료 중 미집행액 150억원까지 모두 환수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시가 버스업체에 보험료를 지급하면서 실제 보험회사에 납부하는 액수만큼이 아니라 '표준원가'를 만들어 실제 집행액보다 더 지급한 금액이 150억원에 달했다는 지적인 셈이다.시가 이렇게 나선 것은 조합의 소송 제기가 지급 기준ㆍ원칙에 모호한 측면이 있었던 표준운송원가 제도를 정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침 대법원이 버스준공용제 아래서 지급되는 운송원가는 모두 재정 지원금이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버스업체들은 또다시 시의 보험료 미집행액 150억원 환수 조치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시와 조합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그런데 2014년 초에 극적 반전이 이뤄진다. 버스조합 측이 모두 소를 취하해버린 것이다. 어떤 상황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로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버스조합 측은 인건비 60억원 지급 청구 소송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시에 "인건비 지급 청구 소송과 환수 조치 취소 소송을 모두 취하할 테니 시의 보험료 환수 조치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고, 시가 이 제안을 수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시도 보험료 미집행분 150억원 환수 조치를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조합 측이 표준운송원가 제도 자체의 취지를 부정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보험료 미지급분 환수 조치를 내렸지만 다시 준수 의지를 보여 지난해 2월 공문을 통해 환수 조치를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당하게 이뤄진 행정 조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버스준공영제 하에서 연간 3000억원에 가까운 시의 재정보조금이 허술하게 집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210억원이라는 돈은 연간 시가 버스업체에 지급하는 재정의 10분의1에 달하는 돈인데 충분한 검토나 관계기관 협의도 없이 두 기관이 일방적으로 합의한 것은 밀실ㆍ유착ㆍ로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준병 전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최근 펴낸 자서전 '서울을 바꾼 교통정책 이야기'에서 이 사례를 지적하며 "업계의 로비와 정무적 판단 등으로 (소송이) 중단된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버스준공영제 개선을 위해 언젠가는 반드시 정리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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