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삼성물산 "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엘리엇 "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권 확보를 통한 승계 작업의 수단일 뿐" 1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358호에서 처음 진행된 법정 심문에 참석한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 양측 법률대리인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판사)는 엘리엇 측이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건과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등 총 2건에 대해 심문을 진행했다. 엘리엇, 삼성물산의 각각 법률대리인과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매입한 KCC 측까지 총 14명의 대리인이 우르르 참석하는 등 심문을 앞두고 법정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먼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엘리엇 측 법률대리인 넥서스는 "삼성물산 이사진이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한 것은 배임행위인 데다, 합병 비율이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며 포문을 열었다.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은 자산규모가 30조에 이르는 세계적 수준의 기업"이라며 "그에 비해 제일모직은 수치적으로도 삼성물산에 비교가 안 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구성 내용도 패션·식자재 유통업·조경·레저 등으로 구성돼 건설회사인 삼성물산과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회사 측에서도 여러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합병 시너지에 대해 전혀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아울러 "이번 합병은 삼성물산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 소위 말하는 오너 일가의 지배권 확보를 통한 승계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불공정한 합병"이라고 날을 세웠다.엘리엇 측은 "현 비율(제일모직:삼성물산 = 1:0.35)로 합병이 이뤄지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실제 가치의 20%내외 정도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며 "그에 따른 결과 무려 7조8000억원에 이르는 재산이 제일모직의 지배주주이자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에 상당부문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삼성물산 측 법률대리인 김앤장은 "합병비율은 현행 우리나라 법 상 '주가에 의해 산정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따를 수 있다'가 아니라 '따르라'는 법의 명령이고, 따르지 않으면 제제를 받는다"고 맞섰다.삼성물산 측은 "주가는 시장의 종합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가치평가 기준"이라며 과거 유사 판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어 "가처분 신청인 측에서는 이번 합병 결의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위법한 일'이라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합병발표 이후 주가가 상당히 상승하는 등 시장의 긍정적 평가가 뒤따랐고, 이것은 합병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또 합병결의가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된 시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건설사에 비해 비정상적 하락은 없었다"며 "신청인이 주장하는 10만원 대의 주가는 삼성물산 주식 역대 최고치보다도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삼성물산 측은 아울러 "만일 이번 합병이 신청인의 주장대로 정말 부당한 것이었다면 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다 갖춰져 있다"면서 "주주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주총 결의를 하는 것인데, 엘리엇은 그 조차도 하지 말자는 주장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신청인의 악의적인 주주권 행사도 고려돼야 한다"며 "신청인이 주주제안한 '현물배당' 안건은 회사의 주식자산을 다 빼서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자는 것'에 다름아니다"라고 꼬집었다.이날 주송 결의 건과 동시에 진행된 자사주 처분 관련 심문에서 KCC 측 법률대리인 율촌은 "삼성물산의 장기발전에 도움이 되는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자사주 매입"이라며 "엘리엇의 현물배당 요구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 보였고, 단기차익 실현 등 엘리엇의 공격으로부터 회사와 주주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세 가지 목적으로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법적 절차에 따라 내린 것이므로 KCC 경영진의 배임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한편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임시 주주총회 예정일이 다음 달 17일로 예정돼있는 점을 감안, 이번 가처분 소송 결과를 다음 달 1일 밝히기로 했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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