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기온 1도' 오르면 비용 7000억원씩 증발한다'
▲온난화로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사진제공=NASA]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건강한 사람의 정상 신체 온도는 36.5℃입니다. 이 보다 높은 열이 있으면 몸은 무너집니다. 최근 한국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증후 중 하나도 고열이죠. 온도가 정상보다 높으면 균형은 깨집니다. 바이러스가 침투하거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 때 발생합니다.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수면 온도가 2~3℃ 높아지면서 올해 엘니뇨(EL Nino) 현상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엘니뇨는 '아기예수(Christ Child)'를 뜻합니다. 적도 인근 열대 태평양 바다 온도가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이상 고온 현상이죠. 기후변화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른바 '웨더노믹스(Weather+Economics)' 시대가 오고 있는 겁니다. 웨더노믹스에 대비하지 않으면 심각한 피해에 직면합니다. ◆웨더노믹스 시대=경제는 여러 가지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임금, 기계의 효율, 원자재 가격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입체적으로 맞물려 있습니다. 앞으로 '날씨'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봐야 합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벌어지는 기후변화는 예측 불가능한 돌발 변수가 많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 1997~98년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피해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의 자료를 보면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 98년 당시 9개월 동안 가뭄이 계속되면서 주민 1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렸습니다. 페루와 에콰도르에서는 폭우가 쏟아졌죠. 1997~98년 사이 두 나라에서는 홍수 등으로 600명이 사망하고 그 피해 규모는 약 65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생태계가 파괴되고 질병도 증가했습니다. 페루에서 바다사자가 15만 마리에서 2만8000 마리로 줄었습니다. 뉴멕시코에서는 쥐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76명이 사망했고 남미에서 콜레라 발병으로 5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기후변화 속병 앓고 있는 지구=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대규모로 확대되기 전에 지구촌도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협력 체제는 유엔 기후변화 기본협약과 교토의정서로 구성돼 있습니다. 약 190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기후변화협약 체계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잘 될 수 있을까요. 기업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두고 불만들이 많습니다. 당장 새로운 에너지원이 없는데 이를 기업체에 무조건 전가시킨다는 볼멘소리들입니다.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이상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을 20% 향상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20% 높이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지금의 9%에서 2035년 58%로, 독일은 13%에서 2030년까지 56%로, 덴마크는 30%에서 2030년까지 65%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도 나섰습니다. 자연적 원인뿐 아니라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1989년에 지구대기감시(GAW)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죠. GAW 프로그램은 지구 대기의 화학적, 물리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입니다.◆여름철 1℃ 오르면 7000억 원 사회 비용 발생=한국기후변화학회는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상 기후변화는 특히 인류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전문가들은 한파와 폭염으로 전 세계적으로 생명이 위협받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2014년 1월 미국 중서부와 동부지역에 극심한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16명이 사망하고 약 5000편의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결항됐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12년도 우리나라는 자연재해로 1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약 13조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6월 현재 이상 고온현상에 빠졌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아닌데도 벌써 더위는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민들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큰 갈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 깊어질 것으로 보여 대비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김진욱 국립기상과학원 박사는 우리나라의 서리일수는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폭염일수는 증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리일수를 살펴봤더니 현재(1981년~2010년)는 7개월(10월~4월)인데 21세기말(2071년~2100년)에 이르면 5개월(11월~3월)로 2개월 정도 짧아진다는 겁니다. 반면 폭염일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폭염지수는 현재 2개월인데 미래에는 3개월로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추운 날은 줄어들고 더운 날은 많아진다는 겁니다. 김 박사는 "연 최고기온이 상승하면서 미래 기후변화는 폭염 취약계층에 위협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구 열병, 웨더노믹스 준비해야=이 같은 진단은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집니다. 이은환 성균관대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박사는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여름 평균기온 1℃ 상승할 때 7076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상세 항목별로 봤더니 뇌경색으로 6557억, 심근경색 516억, 온열질환 2억7000만 원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폭염이 고령 인구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우리나라는 1973년부터 과학적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기상 이변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분석 작업과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세기가 끝날 때까지에 대한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대한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권원태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기후 변화는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다"며 "지구 전체를 두고 국제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아직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에 대한 스탠스는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구의 열병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웨더노믹스를 준비하고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과학적으로 찾는 방법일 것입니다.
▲북극의 빙하는 지구 온난화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사진제공=NASA]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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