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기자
이응준
누가 봐도 두 문단은 비슷하다. 두 문단에서 밑줄 친 대목을 주목하자. 신경숙이 표절을 공론화한 소설가 이응준은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표현은 “가령 ‘추억의 속도’와 같은 지극히 시적인 표현으로 의식적으로 도용(盜用)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다”며 “어디서 우연히 보고 들은 것을 실수로 적어서는 결코 발화될 수 없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 표현이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비꼬았다. 이 주장은 다음과 같은 다른 번역과 비교하면 더 잘 이해된다. #3. 두 사람 모두 실로 젊고 건강한 육체의 소유자들이라 이들의 사랑 행위는 매우 격렬하였는데, 이것은 밤에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훈련에서 돌아온 중위는 먼지투성이 군복을 벗다가 그 틈도 참지 못해, 집에 돌아온 그 자리에서 아내의 가는 허리를 꺾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곧잘 이에 응하였다. 첫날밤으로부터 한 달이 채 될까 말까 할 때, <u>레이코는 사랑의 기쁨을 알았으며</u>, 중위도 이를 알고 기뻐하였다. (2003년 황요찬 번역으로 출간된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憂國) 中, ‘이문열 세계명작산책2’에 게재, 살림 펴냄)신경숙의 #2 문단은 #3 문단과 비교해도 표절했다는 의혹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에 비해 신경숙의 #2 문단을 #1 문단과 비교하면 신경숙이 #1 문단을 일부만 살짝 바꾸고 살을 덧대 표절했음이 훨씬 더 뚜렷해진다. 바로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독특한 표현 때문이다. 이응준은 16일 허핑턴포스트 기고에서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경륜 있는 시인 김후란의 유려한 번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신경숙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받아 적다보니 시인 김후란 번역의 ‘우국’(憂國) 속 저 부분을 표절한 ‘전설’의 그 부분이 저절로 나타나게 된 거라고 주장하려면, 가령, 자신의 집 앞에 커다랗고 둥근 바위 하나가 있었는데 어느 밤 태풍이 몰아쳤고 이튿날 맑게 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그 커다랗고 둥근 바위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과 똑같은 양으로 간밤 비바람에 깎여 있더라는 해괴한 어불성설을 명쾌한 사실로 증명해내야만 할 것”이라고 빗댔다. 신경숙이 스스로 저 문단을 썼는데 김후란이 번역한 미시마 글과 비슷하게 된 결과는 발생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 확률은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