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공방 4대 쟁점은?

삼성 '합병 시너지 충분' VS 앨리엇 '삼성물산 가치 저평가'

1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협의회에 참석한 사장단 일부가 출입게이트 밖으로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박근희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김석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 육현표 에스원 사장.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미래불확실성이 합병근거'라고 밝혔다.삼성 관계자는 10일 "삼성물산의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합병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고 효율을 제고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주들을 위해 더바람직한 것이라고 판단해 합병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양사간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향후 양측간 치열한 논리싸움이 예상된다. ◆삼성물산 가치 저평가 됐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엘리엇과 합병에는 찬성하지만 비율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일성신약 등 주주들의 주장은 삼성물산이 실제 가치 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합병 기준 주가를 비교할 경우 삼성물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8, 제일모직의 PBR은 4.32로 삼성물산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에도 못미치는 반면 제일모직은 4배 이상 고평가 됐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PBR은 삼성물산이 0.67, GS건설 0.61, 현대건설 0.81, 대림산업 0.5로 집계된다. 상사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1분기 SK네트웍스의 PBR은 0.76, GS글로벌의 PBR은 0.72로 집계됐다. LG상사는 1.05로 1을 겨우 넘겼고 대우인터네셔널 1.22, 현대상사가 1.3에 그쳤다. 삼성물산의 주력 사업인 건설과 상사 부문 모두 극심한 업황 부진에 빠져 있는 만큼 이같은 상황이 반영된 것이지 삼성물산의 가치가 평가 절하된 것은 아닌 셈이다.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주주들에게 손해인가?=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저평가 된 만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경우 삼성물산 주주들이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황이 좋지 않은 건설과 상사 부문의 사업 비중이 줄어들고 삼성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이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삼성전자 46.3%, 제일모직 46.3%, 삼성물산 4.9%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지분율이 51.2%까지 높아진다. 이중 제일모직은 지난 2008년부터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제일모직은 바이오 사업의 핵심 역량이 화학과 식음 사업을 진행하며 확보된 연구인력들을 바탕으로 삼성그룹에서 가장 먼저 바이오 사업을 진행해왔다. 출자 비중도 가장 높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삼성전자가 46.3%, 제일모직이 46.3%, 삼성물산이 4.9% 보유하고 있다. 합병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IT분야 하이테크 시공 전문성을 갖춘 삼성물산의 건설부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상사부문이 바이오 사업과 결합할 경우 기존 인프라와 신사업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액주주 권익 대변하는 엘리엇?= 엘리엇이 합병 비율에 이의 제기를 하며 소액주주 중 일부는 엘리엇에 주총 의결권을 위임하겠다며 나섰다. 마치 엘리엇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7.12%의 지분 매입후 추가 매입이 불가능한 시점인 4일 지분 취득 공시를 한 만큼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추가 의결권 확보가 불가능한 시점에 지분 취득 공시를 했는데 이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보다는 장기 소송전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라며 "장기 소송전으로 갈 경우 엘리엇은 소송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겠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자칫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무산 여부?= 엘리엇의 지분 공시 후 외국인 주주들은 삼성물산 지분 비중을 34%까지 늘렸다. 소액 주주 일부는 카페를 만들어 엘리엇측에 의결권 위임을 하겠다며 합병 무산에 힘을 싣고 있다. 상당수 주주들이 합병 비율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엘리엇의 주장과는 다소 다르다. 불만은 있지만 합병은 찬성한다는 입장이 많다. 엘리엇의 임시 주총 의결권은 7.12%에 불과하다.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 비중이 높지만 제각기 투자 회수 시기와 기대 수익률이 다른 만큼 엘리엇과 행동을 함께 하는 투자자는 소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합병 비율을 재조정하기 위해선 현재 합병을 무산시켜야 하는데 무산될 경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아예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합병 기대감이 선 반영된 현 주가가 급락해 주주 대다수가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임시 주총에서 실제 표대결이 벌어진다 해도 합병이 무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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