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시기에 한국경제가 파탄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네 가지 명제를 깨우쳤다. 첫째는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직의 역량은 그 조직을 이루는 구성원 개개인 역량의 단순 합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김영삼 정부의 '내가 세계 일류면 나라가 세계 일류'라는 인식과 접근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이 카피 아래 각 분야 구성원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품에서 살펴보자. 생산ㆍ마케팅 인력이 세계 최고이더라도 그들이 만드는 제품이 시장에서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들은 헛일을 하는 것이다. 숫자로 나오는 실적은 다른 기업에 훨씬 뒤처지게 된다. 소비자가 좋아할 제품이 무엇일지 결정하고 자원을 동원해 효율적으로 생산하며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 내보내는 과정의 정점에 리더가 있다. 여기서 '전체를 부분의 합보다 크게 만드는 것이 리더십'이라는 둘째 명제가 나온다. 리더가 조직 역량을 키운다. 이는 여러 뛰어난 최고경영자(CEO)가 이룬 업적으로 뒷받침된다. 셋째 명제는 '조직 역량의 상한은 리더에 의해 그어진다'는 것이다. 조직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가 열 가지고 그 모든 것이 갖춰져 있더라도 리더가 무지하면 그 조직의 수준은 리더의 높이로 깎인다는 뜻이다. 이때 리더는 전체를 부분의 합보다 작게 만든다. '마이너스 리더십'인 셈이다. 그런 인물이 리더의 자리에 앉은 조직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위로부터 관철된다. 이게 넷째 명제다. 뛰어난 리더는 묻혀 있는 인재를 끌어올리지만 리더 자리에 있는 노둔한 사람은 가까이 있는 인물도 알아보지 못한다. 생각이 흐릿한 사람은 권력을 향해 앞다퉈 달려드는 지원자들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한다. 이 네 명제는 어느 조직에나 통한다. 박근혜정부에도 적용된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셋째와 넷째 명제에 여러 가지 사례를 제공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은 넷째 명제에 해당하는 가장 가까운 사례다. 마이너스 리더십이 작동하는 현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장관들이 앞장서서 소신껏 일하는 것이다. 넷째 명제가 맞다면 그런 장관들이 열심히 일한다 한들 결과는 실망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 예외일지 모르는 일부 장관들에게 분발을 촉구한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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