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내가 만지는 손끝에서/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따스한 체온을 느낀다.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나는 내게서 끝나는/무한의 눈물겨운 끝을/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드디어 입을 다문다.--- 나의 시(詩)는.-김현승의 '절대고독' 이 시는 수수께끼였다. 과연 그런 고독이 인간에게 있는가. 영원의 먼 끝, 혹은 무한의 눈물겨운 끝에 가본 사람이 있단 말인가. 그것을 어루만지며 그 끝 뒤에 있는 체온을 느끼는 시인이 있었단 말인가. 너보다 더 고독한 것, 어제보다 더 고독한 것, 그 상대적인 고독을 훌쩍 벗어버린, 대질할 수 없는 크기의 높이의 넓이의 깊이의 고독. 그런 고독에 선 사람의 서늘한 목뒤를 느끼게 하는 시. 모든 상대적인 고독, 그 위의 절대적인 고립과 고독.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된 뒤 하품을 하고 잠을 깨는 건, 절대고독이 거창하고 어마어마한 천지개벽이나 극적인 고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일상의 사물거리는 경계를 살풋 넘어선 듯한 그 자리에서 감지되는 것임을 말하는 건 아닐까. 신의 겹눈으로 바라본 우주. 그것을 말(語)들로 바꿔 바람에 날려보낸다. 날개를 달아 띄운다. 절대고독 앞에 가만히 입을 다문다. 문득 벗어난 자는 하품을 하며 잠을 깬다(해탈者)- 별들이 내 손안에 잡히고 우주가 하나의 체온이 된다(접신者)- 별들과 우주를 가슴에 품고 눈으로 그것을 바라본다(인식者)- 가슴에 품은 체온과 눈으로 바라본 것을 시로 써서 날려보낸다(시인)- 그리곤 아쉬움에 그 끝을 어루만진 뒤 입을 닫는다(침묵者). 이 놀라운 체험 동영상. 김현승의 절대고독과 절대시의 고독을 따라가보며 다시 절대정적 속으로 돌아오는 시간. 커피 한 잔이 절실해진다.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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