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합승 부활,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울라

서울시 방침, 내부 의견 수렴도 안 한 '설익은' 정책...찬반 여론 들끓어...'취객 교통 편의 제공이 시민 귀갓길 안전보다 중요하냐' 반발 거세

서울시가 2013년 12월 실시한 택시 합승 단속 장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서울시의 '택시 합승 부활' 정책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특히 시가 내부 의견 수렴도 제대로 밟지 않고 설익은 정책을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 '탁상행정'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는 31일 서울 강남역 등지에서 금요일 밤 등 택시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극심한 특정 시간대에 택시 합승을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취지의 '택시 해피존 시범사업' 계획을 밝혔다. 취객이나 업무상의 일로 늦게 퇴근하는 이들을 위해 일부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그런데 이는 시 고위층에 제대로 보고조차 되지 않은 설익은 방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관련 부서에서조차 사실 여부를 알지 못했다. 자체적인 의견 수렴이나 검토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 고위 관계자는 "택시 합승 제도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얼마 전 회의에서 잠깐 얘기된 적은 있는 데 심각하게 타당성을 따져 보는 등 논의해본 적은 없다"고 털어놨다. 이견도 표출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안전이나 범죄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해서 일단 시범실시를 하는 것은 업무의 순서상 맞지가 않다"며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검토되었는지 따져 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택시 합승 부활 방침을 둘러 싼 찬반 여론도 팽팽하다.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과 '택시 승차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찬성 등 여론이 엇갈린다. 특히 특정시간ㆍ구역에 택시가 부족한 근본적인 이유를 치유하지 못한 채 술꾼들의 교통 편의를 도모하려다 여성ㆍ노약자들의 귀갓길 안전을 해치는 등 범죄를 부추길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해피존'이라는 특정 지점에서만 최대 3명까지 허용하고 경찰도 배치하며 이성간 합승은 2인까지만 하도록 하는 등 승객 안전ㆍ범죄 예방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앞으로 서울 시내 전역에서 택시 합승을 단속할 명분이 약해지면서 범죄ㆍ요금시비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택시 합승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승객 불편ㆍ요금 시비는 물론 성폭행ㆍ강도 등 주요 범죄의 온상으로 꼽혀 경찰에 의해 '밤 늦은 귀가때 절대 피해야 할 것'으로 꼽혀왔다. 강도 등 범죄를 목적으로 택시 회사에 취업한 후 실제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도 있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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