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현대차 러시아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푸틴 총리(현 대통령)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공장을둘러보고 있다. [자료사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글로벌 완성차업계와 현대기아차의 대(對)러시아 전략이 시간이 갈수록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루블화 폭락과 경제 불안 등으로 크게 위축된 러시아 시장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발빼기를 본격화한 반면에 현대기아차는 안방사수 작전에 들어가며 러시아시장에 오히려 공을 들이고 있다. 19일 자동차업계 및 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GM이 현지생산 철수를 발표한 데 이어 폭스바겐, 포드 등이 잇따라 생산 감축을 추진하는등 주요 업체의 러시아 사업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말 GM은 올해 중순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공장을 폐쇄하고, 연내 오펠 브랜드및 쉐보레 주요 모델을 철수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GM측은 지난해 11월경부터 지속된 철수설에도 불구, 공장 폐쇄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지만 '글로벌시장에서 GM의 입지를 보강하고, 더큰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GM은콜벳, 카마로 등 쉐보레의 일부 대형 모델과 캐딜락 등 프리미엄 모델 중심으로 러시아 사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폭스바겐은 칼루가 공장의 근무일 조정, 일시 가동 중단 및 직원에 대한 자진 퇴사 권고, 계약 미갱신 등을 통해 생산량을 축소할 계획이다. 또한 포드는 브세볼로시스크 공장에서 생산되는 주력 모델 포커스의 생산을 오는 중순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PSA, 미쓰비시도 지난 2월에 이어4~7월에 걸쳐 칼루가 합작 공장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주요 업체는 생산 감축을 통한 재고 조정으로 판매 급감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타개할 방침이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차량 가격 상승, 높은 수준의 할부금리 영향 등으로 지난해 이후 러시아 산업수요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올해 시장 침체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주요 업체의 러시아 사업 축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2분기 이후 정부의 보조금지원 확대로 향후 판매 감소폭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경기 여건의 개선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환율 변동을포함한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요 업체는 부품 조달의 현지화를 지속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과 달리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전략은 역발상전략이다. 다른 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생산과 판매를 줄이고 있지만, 현대ㆍ기아차는 전략 차종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물량을 유지했다. 러시아시장에서 발빼기 대신 러시아시장 지키기, 더 나아가 러시아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결과물을 얻었다.지난달 기아차는 러시아에서 1만3902대, 현대차는 1만3701대를 각각 판매했다. 이는 작년 4월보다 각각 21.7%, 14.0% 감소한 수치지만 러시아 전체 산업 수요가 41.5%나 급감한 가운데 거둔 실적이어서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가 모스크바에 개관한 '현대 모터스튜디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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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GM그룹은 오펠과 쉐보레, 캐딜락 브랜드를 포함해 총 7589대를 파는 데 그쳐 작년보다 61.9%나 급감했다.아브토바즈ㆍ르노ㆍ닛산 그룹 역시 36.3% 감소한 4만2709대를 판매했으며 폭스바겐그룹은 45.3% 줄어든 1만3301대를 파는데 그쳤다.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큰 폭으로 올랐다.기아차의 4월 점유율은 10.5%, 현대차는 10.3%로 1년 전보다 각각 2.7%포인트와 3.3%포인트 상승해 러시아 현지 1위 업체인 아브토바즈(17.3%)에 이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현대ㆍ기아차를 합칠 경우 점유율은 20.8%에 달해 아브토바즈ㆍ르노ㆍ닛산그룹(32.2%)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선전은 현지 생산ㆍ판매를 줄이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현지 공장을 기존대로 가동했기 때문이다.이 덕분에 현지에서 생산되는 현대차의 엑센트(현지명 쏠라리스)와 기아차의 뉴 리오는 각각 8990대와 7828대가 팔려 베스트셀링카 2위와 3위에 올랐다.'2015 러시아 올해의 차'에서 제네시스가 고급차 부문을, 쏠라리스가 소형차 부문을 각각 수상했다.정의선 현대차부회장은 지난 11일∼14일 3박 4일간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현지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시장 판매 현황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현대차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울 때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환율이 안정됐을 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중장기 목적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연간 2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러시아 공장에서의 판매는 2013년 22만9000대(리오 10만1000대, 쏠라리스 12만8000대)에서 지난해 23만7000대(리오 10만5000대, 쏠라리스 13만2000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전년대비 3.8%감소한 22만8000대를 전망하고 있다.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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