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형 ELS 악몽처럼 지수형 ELS도 '하락장 참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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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1%대 초저금리 시대 시중금리+알파(α) 수익을 보장한다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올 들어 지수형 ELS 발행액만 20조원을 훌쩍 넘는다. 지수형 ELS는 종목형 ELS와 달리 지수가 급등락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 사실이다. 다만 ELS 자체가 '쇼크'에 취약한 상품이라 하락장에서는 지수형 ELS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올 들어 절반 이상이 원금손실(녹인ㆍKnock-In) 구간에 진입한 종목형 ELS의 악몽에서 지수형 ELS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발행되는 지수형 ELS는 기초자산 쏠림이 심하고, 해외지수의 단기간 급등에 따른 리스크가 커 투자자의 꼼꼼한 사전점검, 발행사의 위험분산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아시아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의뢰해 올 들어 발행된 공모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을 살펴 본 결과 홍콩H지수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각했다. 홍콩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14조8315억원으로 전체의 34.9%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유로스톡스50 지수가 13조3778억원(31.5%), S&P500 지수가 8조2010억원(19.3%), 코스피200 지수가 6조179억원(14.1%) 순이었다. FTSE차이나A50 지수와 니케이225 지수는 각각 58억원, 38억원이 발행돼 0% 수준이었다.(기초자산 중복 집계). 기초자산에서 특정지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위험을 분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홍콩H 지수가 급락하면 올 들어 발행된 지수형 ELS 투자금 중 30% 이상이 녹인 리스크에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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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관계자는 "연 6% 이상 수익률 보장, 풍부한 거래량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초지수가 많지 않다"며 "특정지수 쏠림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ELS 발행사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초자산 3개 이상으로 구성된 지수형 ELS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도 리스크다. 약속한 원리금을 받으려면 모든 지수가 만기 시까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하락한 적이 없어야 하는데 기초자산이 많을수록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미국, 유럽, 중국의 양적완화로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ELS 기초자산 가격이 비쌀수록 리스크가 커진다. 예를 들어 유로스톡스50 지수가 2500일 때 가입한 손실 구간 40% 스텝다운 ELS 상품은 지수가 1500 이상을 유지하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조건의 상품을 지수가 3500일 때 가입하면 지수가 최소 2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 동안 지수형 ELS가 박스권 장세에서 적합한 상품으로 여겨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 들어 홍콩H 지수와 유로스톡스50 지수는 각각 17.7%, 18.5% 뛰었다. 전문가들은 지수형 ELS도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이라는 것을 알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국내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봤듯 언제 어디서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개인적으로 ELS 같은 위험상품을 팔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얘기하면 최소한 상품 구조나 위험에 대해서는 알고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S는 주가급락 시 변동성이 큰 상품으로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글로벌 증시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ELS 헤지 물량이 지수 급락을 부추길 수 있다"며 "발행사들은 지금부터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을 다변화하고, 지수 하락 구간에 따른 위험 헤지 방법 등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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