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김홍업 수사한 '센 칼'…김진태, '생물권력' 손볼까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꾸린 특수통 출신 검찰총장…특검 여론 속 검찰 자존심 지킬지 관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계에서 특수부 검사는 '칼잡이'로 불린다. 매서운 칼날로 거악(巨惡)을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면 전율이 느껴진다. 일본 최고의 검찰을 꼽을 때 빼놓지 않는 존재가 바로 도쿄지검 특수부다. 상대가 당대 최고의 거물이라고 해도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의 칼날은 거침이 없었다.  한국 검찰 특수부는 도쿄지검 특수부만큼의 신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전설로 내려오는 검사들은 여럿 있다. 그 중 한 명이 현재 검찰을 지휘하고 있는 김진태 검찰총장(62·사법연수원 14기)이다.  그는 검찰 내부의 대표적인 특수통 중 한 명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도 참여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비리 의혹 사건을 담당하기도 했다.  

김진태 검찰총장

일선 검사 시절부터 "김진태가 수사하면 다르다"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정보수집과 상황판단 능력, 조직 장악력까지 검증된 인물이다.  그는 2013년 12월 신임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로 술렁이던 검찰을 안정화했다.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 검찰 안팎의 여러 악재를 만나기도 했지만 묵묵히 검찰 수장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그는 외부의 퇴진 압력을 받을 때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대답을 대신한다. 나라를 위해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할 뿐 권력을 탐하지 않겠다는 소신이 담긴 발언이다.  물론 그에 대한 상반된 평가도 있다. 경남 사천 출신인 김 총장은 경남 거제 출신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인연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당사자들은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다르다. 검찰 선후배 관계이자 동향 관계인 그들을 특별한 관계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던 김 전 실장은 현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실장은 최근 '성완종 리스트' 문제로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총장은 검찰 특별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의혹 규명이 목적이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김 전 실장 등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 현직 국무총리, 현직 광역단체장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2012년 대통령선거 자금 문제로 사건이 번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기회다. 국민은 두 눈을 부릅뜨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한때 '전설의 칼잡이'로 평가받았던 김 총장은 막상 검찰 수장이 된 이후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 총장은 일선 검사가 아니다. 직접 수사에 뛰어들어 과거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특수부 검사의 최대 고충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검사는 기본적으로 '정의'를 위한 칼날을 선보이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상대가 거물이라고 해서 주눅이 들기보다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 일반인의 눈에 비친 현실의 검사들은 정치권력 눈치나 보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의외로 강직한 성품과 원칙을 지켜나가는 검사들이 많이 있다. 김 총장 역시 누구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 중 하나이다. 김 총장이 특수부 검사로 잔뼈가 굵었던 그 시절 '칼잡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검찰의 행동에 따라 그들을 향한 국민의 시선은 많이 달라질 것이란 점이다.  
김 총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외풍'을 든든하게 막아 주는 역할이다. 검찰 수사의 성패는 결국 검찰총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들을 모두 잡아들여 단죄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 혐의가 사실인지 밝혀내는 일이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과 관련한 사안이라고 대충 수사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수사해 국민이 납득할 결과물을 내놓아 달라는 얘기다. 그 결과 누군가를 단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검찰 수장이 권력의 외압을 막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면 일선 검사들은 소신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김 총장은 자신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부분을 실천하면 될 일이다. 취임사에는 바로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며, 오직 국민의 편입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검찰구성원 모두의 결연한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온전히 지켜질 수 있습니다. 저 자신부터 어떠한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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