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이 바꾼 금융위…'乙융위' 됐다

시장이 깜짝깜짝 놀란 친절·실용·현장주의

임종룡 금융위원장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이달초 한 시중은행의 해외현지법인장은 이메일을 열어보다 깜짝 놀랐다. 탁윤성 금융위원회 글로벌금융과장에게 회신이 온 것. 그는 지난달 열린 해외 간담회에서 만난 탁 과장에게 외화 유동성 규제 관련 질의를 한 터였다. 그는 "규제 건이라 회신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며칠 만에 답변을 줘 놀랐다"며 "금융위 측 검토결과와 함께 관련 자료까지 보내줘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최고 갑(甲)인 금융위를 뿌리부터 바꿔놓고 있다. 갑의 권위는 내려놓고 을의 자세로 금융사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시장은 "금융위가 서비스 마인드로 단단히 무장했다"며 놀라고 있다. 과거 시중 협회장을 불러다 놓고 "일 제대로 해라"며 으름장을 놨던 그 금융위가 맞는가 싶다.  최근 금융위 간부회의는 흡사 실ㆍ국장들의 '현장 프레젠테이션'과도 같다. 간부회의 보고 순서가 지난주 어떤 현장을 다녀왔고 이번주에는 어디를 방문할 예정인지 순으로 이뤄지다보니 현장을 다녀오지 않으면 할 얘기가 없다. 저마다 현장 방문 일정을 잡느라 경쟁도 치열하다. 한 금융위 인사는 "이제는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만 없다. 실국장이 움직이니 과장급들도 현장 방문에 부쩍 신경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위와 만남을 가진 보험사 관계자는 "빨리 만나주는 것도 놀랐고 우리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자세에 또 놀랐다"며 "우리끼리 '금융위가 많이 변했다'는 얘기들을 했다"고 전했다.  시장은 금융위의 빠른 피드백에도 놀라고 있다. 단순히 시장의 이야기를 듣는데서 벗어나 쌍방 소통이 이뤄져야만 금융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임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간부회의서 "건의사항에 대한 답신이 중요하다. 안 되면 안 되는 이유를, 답보 상태라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서 회신을 해야만 금융사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위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과거 금융위와 금감원은 개와 고양이의 사이였다. 금융위는 '규정대로 안 한다'며 금감원을 압박했고 금감원은 '현실을 모른다'며 반발하기 일쑤였다. 이제는 법상권한은 내려놓고 실력으로 인정 받자는 게 임 위원장의 생각이다. 한 금감원 고위임원은 "혼연일체를 강조하는 임 위원장의 모습에 처음에는 경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긍정적이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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