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없어 20㎞ 자가용 출근, 다쳐도 산재 안돼

버스타면 지각, 어쩔 수 없이 자가용 이용했지만…대법 '근무지 특성으로 보기 어렵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회사 출근시간까지 도착하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자가용으로 출근하더라도 사고가 났을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상훈)는 자신의 승용차로 출근하는 과정에서 다친 고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최초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고씨는 자신의 집에서 20㎞ 거리에 있는 충남 아산의 회사로 출근할 때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했다. 고씨는 오전 8시까지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데 가장 빠른 대중교통을 타고 가도 시간상 지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고씨는 2011년 1월 회사 근처 농협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후 회사로 걸어가다가 미끄러져 넘어져 압박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고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사업주가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근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고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은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는 출근시간까지 도착할 수 없었고, 월 급여 등에 비춰 택시를 이용한 출·퇴근을 기대하기 매우 곤란하다”면서 “회사는 그 시간대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통근버스나 교통비 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자가용 이용 출·퇴근을 알면서 용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고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통상적인 출근 과정이었을 뿐이고 출근 도중에 업무를 행했거나 통상적인 출근시간 이전에 업무와 관련한 긴급한 사무처리를 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고씨 주거지와 회사가 20㎞ 떨어져 있고 시내버스를 이용한 출근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주거지가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 뿐이며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 특성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자료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면서 상고를 기각했고, 원심이 확정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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